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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 옹점이를 찾습니다.

7월 8일! 대학로 나무와 물 극장에서 연극 "관촌수필"을 봤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관촌수필"은 고 이문구 선생님의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교과서에도 실렸고 수능에도 출제빈도가 높다는 건 상식이죠?... 사실... 전 도통 제목 외엔 기억이 나질 않더군요;; 어찌됐건 이 연극은 여러 편의 관촌수필 중에서 3편인 행운유수를 무대에 표현해낸 작품입니다.

작품은 작가이자 주인공인 '민구'가 어린시절 함께 했던 '옹점이'를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옹점이는 민구네 가정부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약골인데다 가문이 몰락하는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민구에겐 놀아주고 챙겨주는 소중한 존재였지요. 소설이지만 제목에 '수필'이 붙은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보통의 소설처럼 기승전결 구조가 뚜렷하지는 않은데요. 사실 이런 형태는 좀 위험합니다. 지루해질 수가 있죠. 이문구 선생님은 맛깔나는 문장으로 재미를 주었다면 명품극단은 맛깔나는 표현으로 재미를 줍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아기자기하고 오색찬란한 추억들

민구와 옹점이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맛깔나고 아기자기하게 펼쳐집니다. 리어카를 난타처럼 두드리고, 촛불에 그림자 놀이를 하고, 숨박꼭질, 기차놀이 하는 등 눈이 즐겁습니다. 동네아이들과 놀 때 색색의 깃발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오색찬란한 추억을 표현하는 것같아서 말이죠. 옹점이와 마님 간의 관계가 다듬이질로 표현된 것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옹점이가 툴툴대고 마님이 혼내고 종국에는 갈등이 풀어지는 모습이 마주앉아 다듬이질을 하는 한 장면으로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에 위기감을 조성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였구요.

공연을 보는 내내 제 어린 시절이 오버랩되더군요. 모든 것이 불완전하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할 수 있었던 시절이죠. 작품의 배경인 우리나라의 광복~625와도 묘하게 어울립니다. 눈앞에 펼쳐진 민구의 추억 보랴, 머릿 속에 펼쳐진 내 추억 보랴.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추억들을 비교하면서 부러웠다가 부럽지롱했다가 혼자 놀고있더군요;;

흔치않은 공연 만들어내는 명품극단

이 극단의 표현력은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차례 공연을 봤지만 늘 세트는 없습니다. 꼭 필요한 대도구 2~3개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기가막히게 그 조금의 대도구들로 극의 배경을 표현해냅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무대 중앙의 리어카 한대가 엄청난 쓰임을 갖습니다. 숨박꼭질할 때 숨는 장소였다가, 놀이기구였다가, 꽃마차가 되고, 빨래터가 되고, 천을 걸면 그림자놀이를 할 수 있게되었죠.

배우들의 몸짓도 볼거리입니다. 이 극단은 말보다 몸짓으로 표현하기를 즐깁니다. "관촌수필"은 다른 레퍼토리보다 말이 많은 편이긴합니다만 그래도 다른 연극에 비해서 몸짓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흔치않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신선하단 표현이 적절할까요. 어쨌거나 볼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극단입니다. 공연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느낌이랄까요.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역할을 없다!

똑같은 공연을 2~3달 전에 국립극장에서 보고 이번엔 대학로에서 다시 보게 됐는데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차를 두고 같은 공연을 보니 재미난 볼거리가 생기더군요. 바로 배우의 힘입니다. 배우 한 분이 바뀌셨는데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배역인데도 영향이 크더라구요. 이번에 바뀐 배우분이 너무나 잘하시는 겁니다. 대비 효과인지도 모르겠지만 완전 극이 살아나더군요. 코러스 격으로 출연할때도 그의 소소한 리액션들 조차 극을 확확 살려놨습니다.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역할을 없다'는 머릿속을 맴돌았죠.

자체 교훈 - 현재에 충실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연 한번, 추억 한번 곱씹어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벌써부터 추억 파먹으면서 과거에 집착할 나이는 아니잖아?"
그리하여~ 몇십년 후에 아련하고도 아름답게 추억할, 파먹고 살면 죽을 떄까지 배부를 나의 옹점이들을 찾아서~~ 역시 현재에 충실해야겠다는 자체 교훈에 이르렀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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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0 16:38 2009/07/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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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황색여관"

2007/03/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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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 작, 오태석 연출의 황색여관을 봤다. 이 두 분은 연극계에서 이름난 작가, 연출가 중에 살아있는 몇 안되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국립극단 배우들의 연기라.. 기대를 잔뜩하고 극장을 찾았다.

극장에 딱 앉았을 때, 우리학교의 극장이나 대학로 극장과는 딴판인 풍경에 새삼 감탄했다. 조명 및 무대장치를 신나게 구경하다가 극이 시작되자 우선은 제대로된 발성과 발음으로 인한 대사 전달력에 다시 감탄했다. 피비린내나고 지겹고 화나는 대립만이 있는 이 극 곳곳에는 감초같은 캐릭터들이 숨어있었다. 그 덕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특히 "기가막혀" 라는 대사뿐인 배우는 대단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감정을 다 그 말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중엔 언제 그 배우가 기가막히다고 할까.. 기대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극은 세상을 신나게 비꼬고 있었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황색여관. 누런 황사가 만연한 그곳은 탁한 세상을 뜻하는 듯 했다. 거기에 모인 여러 군상들. 그들은 있는자와 없는자,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로 나뉘어 대립한다. 그리고 결국엔 모두가 매일 밤마다 죽어난다. 여관주인과 그의 부인은 이런 대립을 조장해 이득을 얻고, 여관주인의 처제와 주방장은 이에 염증을 느껴 떠나려고 하기도, 막아보려 하기도 한다.

소통,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는 굉장히 중요한 것임을 새삼 느낀다. 극 중에 주방장이 그러더라. 매일매일 젊은 사람들과 늙은 사람들 모두가 항상 같은 말만 반복한다고. 지겹다고. 그렇다. 다들 자기말만, 자기입장만 내세운다. 이해해보고 져주려는 노력은 없다고봐도 무방할 정도다.

극 마지막에 여관주인의 처제는 돌아오는 밤에는 꼭 죽음을 막아보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이 혼탁한 세태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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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16:44 2007/03/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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