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브리튼'에 해당되는 글 1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극은 흔한 안내 멘트도 없이 시작된 것 같지도 않게 시작됐다. 그리고 '끝난건가? 박수쳐야 하나?' 하는 의문과 함께 끝났다. 인터미션의 시작과 끝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처럼 극 전체가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무대는 연극 연습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심지어 형광등을 켜고 공연한다.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극 연습실에 고성능 CCTV라도 설치해놓고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이 연극은 극중극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배우가 배우를 연기한다. 배우와 배우가 연기하는 극중 인물을 순간적으로 오가는 대목이 종종 있었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탁탁 잘 표현하는 걸 보고 공연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피자 먹는 중간에 마시는 콜라처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극을 중간중간 절묘하게 풀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위대한 사람들의 결점을 보고자 한다는, 극을 여는 대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무언가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거나 예술가에 대해서 나는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똑같은 사람인데? 맞다. 특히나 예술가에 대해선 뭔가 고매하고 우아하고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감수성이 동시에 갖춰졌다고 생각해왔다. 아마도 예술가의 예술품 덕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도 사람이다. 보통 사람보다 사생활이 더 지저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계적 시인이라는 오든이 싱크대에 볼 일을 보고, 남창을 불러 성욕을 해결하는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세계적 음악가인 브리튼은 동성애자 + 소아성애자였다. 자신이 음악을 가르치던 아이들에게 성욕을 품고, 또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저녁 때 먹은 음식물들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오든이 했다는 "예술가들의 실제 삶은 위대하지 않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과 영감은 모두 그들의 작품으로 가고 실제 그들의 삶에는 찌꺼기만이 남는다" 라는 말이 머릿속을 짙게 맴돈다.

위대한 예술가도 두려움을 떼버리지 못했다는 점은 뭔가 신선한 깨달음을 줬다. 극중극에 등장하는 오든과 브리튼은 내림세에 있지만, 이미 예술가로써 정점을 찍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그 작품으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두려워한다. 또한 자서전을 통해 사생활이 공개되면, 작품과의 괴리로 인해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두려워한다. 극중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극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어느 대배우가 말년에 무대 위에서 덜덜 떨었다는 이야기는 '역시 인간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내가 동아리에서 연기를 할때는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일들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렵고 긴장된다기 보다 희열에 가득 찼었다. 그러나 프로배우들에게 연기는 직업이고 인생이다. 예술이 일상이 되어 습관처럼 될 때, 두려움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게 아닐까?


상당히 괜찮은 극이었다. 다만 조금 산만하게 너무 많은 정보가 전달되고 있어 소화하기에 버거운 감이 있었다. 아는 만큼 더 보이고 더 느낄 수 있는건 어느 극이나 마찬가지지만 이 극은 그 정도가 상당히 큰 것 같다. 사전지식 부족으로 극을 100% 즐기지 못한건 조금 아쉽다. 또 극중극을 양념이라고 생각해서 상당부분 그냥 흘려보냈는데, 보다보니 극중극이 핵심이었다. 완전한 오판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것들이 많았는데, 프로그램북이 상당히 충실해서 다행이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1/06/26 23:17 2011/06/26 23:17


  1. pennpenn
    2011/07/04 16:26
    연극을 직접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나요~
    사는게 무언지~
    월요일 오후를 편안하게 보내세요~
    • basecom
      2011/07/04 22:29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여유를 갖고 연극을 보시는 것도 좋을 것같네요
  2. 안랩인
    2011/07/20 15:28
    편의점에 갔는데 알바하는 친구가 틈틈히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너무 잘치기도 하지만 아르바이트와 병행되는 기타소리를 들으니 묘했지요. 친구와 보러갈 귀한 연극을 찾고 있는데, 잘봤습니다 :)
  3. 바람을가르다
    2011/07/27 16:39
    대학 때 연기를 하셨군요.^^
    그래서인지 보는 시선이나
    글이 남다르네요...
  4. foot pain bottom
    2017/06/21 16:13
    Hi, Neat post. There's a problem together with your web site in internet explorer, might check this?
    IE still is the market chief and a huge component to folks will omit your fantastic
    writing due to this problem.
  5. foot pain in the arch
    2017/06/22 06:17
    Thanks for finally writing about >basecom의 놀이터~!!
    <Liked it!
  6. How much does it cost for leg lengthening?
    2017/07/16 09:25
    Incredible points. Sound arguments. Keep up the good effort.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