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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흔한 안내 멘트도 없이 시작된 것 같지도 않게 시작됐다. 그리고 '끝난건가? 박수쳐야 하나?' 하는 의문과 함께 끝났다. 인터미션의 시작과 끝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처럼 극 전체가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무대는 연극 연습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심지어 형광등을 켜고 공연한다.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극 연습실에 고성능 CCTV라도 설치해놓고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이 연극은 극중극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배우가 배우를 연기한다. 배우와 배우가 연기하는 극중 인물을 순간적으로 오가는 대목이 종종 있었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탁탁 잘 표현하는 걸 보고 공연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피자 먹는 중간에 마시는 콜라처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극을 중간중간 절묘하게 풀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위대한 사람들의 결점을 보고자 한다는, 극을 여는 대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무언가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거나 예술가에 대해서 나는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똑같은 사람인데? 맞다. 특히나 예술가에 대해선 뭔가 고매하고 우아하고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감수성이 동시에 갖춰졌다고 생각해왔다. 아마도 예술가의 예술품 덕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도 사람이다. 보통 사람보다 사생활이 더 지저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계적 시인이라는 오든이 싱크대에 볼 일을 보고, 남창을 불러 성욕을 해결하는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세계적 음악가인 브리튼은 동성애자 + 소아성애자였다. 자신이 음악을 가르치던 아이들에게 성욕을 품고, 또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저녁 때 먹은 음식물들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오든이 했다는 "예술가들의 실제 삶은 위대하지 않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과 영감은 모두 그들의 작품으로 가고 실제 그들의 삶에는 찌꺼기만이 남는다" 라는 말이 머릿속을 짙게 맴돈다.

위대한 예술가도 두려움을 떼버리지 못했다는 점은 뭔가 신선한 깨달음을 줬다. 극중극에 등장하는 오든과 브리튼은 내림세에 있지만, 이미 예술가로써 정점을 찍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그 작품으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두려워한다. 또한 자서전을 통해 사생활이 공개되면, 작품과의 괴리로 인해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두려워한다. 극중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극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어느 대배우가 말년에 무대 위에서 덜덜 떨었다는 이야기는 '역시 인간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내가 동아리에서 연기를 할때는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일들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렵고 긴장된다기 보다 희열에 가득 찼었다. 그러나 프로배우들에게 연기는 직업이고 인생이다. 예술이 일상이 되어 습관처럼 될 때, 두려움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게 아닐까?


상당히 괜찮은 극이었다. 다만 조금 산만하게 너무 많은 정보가 전달되고 있어 소화하기에 버거운 감이 있었다. 아는 만큼 더 보이고 더 느낄 수 있는건 어느 극이나 마찬가지지만 이 극은 그 정도가 상당히 큰 것 같다. 사전지식 부족으로 극을 100% 즐기지 못한건 조금 아쉽다. 또 극중극을 양념이라고 생각해서 상당부분 그냥 흘려보냈는데, 보다보니 극중극이 핵심이었다. 완전한 오판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것들이 많았는데, 프로그램북이 상당히 충실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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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6 23:17 2011/06/26 23:17


  1. pennpenn
    2011/07/04 16:26
    연극을 직접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나요~
    사는게 무언지~
    월요일 오후를 편안하게 보내세요~
    • basecom
      2011/07/04 22:29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여유를 갖고 연극을 보시는 것도 좋을 것같네요
  2. 안랩인
    2011/07/20 15:28
    편의점에 갔는데 알바하는 친구가 틈틈히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너무 잘치기도 하지만 아르바이트와 병행되는 기타소리를 들으니 묘했지요. 친구와 보러갈 귀한 연극을 찾고 있는데, 잘봤습니다 :)
  3. 바람을가르다
    2011/07/27 16:39
    대학 때 연기를 하셨군요.^^
    그래서인지 보는 시선이나
    글이 남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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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봤습니다. 뮤지컬도 간만이고 로맨틱 코미디도 간만이라서 즐겁게 봤네요. 영등포 타임스퀘어도 처음가봐서 신기하긴 했는데, CGV에 스크린이 아닌 무대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더군요. 극장에 왔는데 영화관의 향기가 물씬 풍기니까. 어쨌든 극장은 무대도 좋고 객석도 편해서 좋았습니다.

남녀관계를 둘러싼 속마음을 말한다

생각해보면 인류 최초의 인간관계는 바로 남녀관계였습니다. 그리고 늙어 죽기 전까지 서로를 원하는 것이 남자와 여자죠.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다양한 남녀관계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쭉~ 보여줍니다. 그냥 보여주는건 아니고 속마음을 중심으로 위트있게 보여줍니다. 가볍게 볼 수 있고 머리를 안굴려도 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기 때문에 참 괜찮더군요.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TV "남녀탐구생활"이랑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연애하고 싶어진다

프롤로그에서 각자 소개팅을 하러 가는 4명의 남녀가 노래를 합니다. 기대되고 신나면서도 떨리고 두렵고 무섭고 걱정된다는 내용입니다. 공감이 안갈수가 없죠. 상대가 나를 맘에 안들어해서 상처받으면 어쩌나, 혹은 맘에 안드는 상대가 나오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누구나 하는거니까요. 이런 걱정과 두려움이 너무 커서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구요.

하지만 공연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 안의 남녀를 만나고, 그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점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웃고 공감하면서 '아, 다들 똑같구나' 하게 되는거죠. 다 보고다니까 연애가 하고 싶어지고, 두려움도 없어지더라구요.

사족:맘에 드는거 맘에 들지 않는거

4명의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참 잘 소화해내더군요. 노래도 잘하구요.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노래의 가사 전달이 뛰어났습니다. 의외로 프로 뮤지컬에서도 노래 가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것처럼 짜증나는 일이 없거든요. 뮤지컬에서 노래는 곧 대사이기때문이죠. 아무튼 그 부분이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건 대사에 "연극톤" 혹은 "성우톤" 이 좀 묻어나더군요. 살짝 어색한거죠. 뭐, 대사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많이 걸리진 않았어요.

원작을 전혀 모르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현시대에 맞게 좀 각색을 한게 분명해 보입니다. 좋습니다. 더 공감되고 더 재미있죠. 근데 왜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외국이름으로 냅뒀는지 의문입니다. 기왕이면 이름도 한국이름으로 바꿨으면 좋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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