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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1번지 동인페스티벌에서 "크리스마스캐럴"을 올린다고 했을 때 스크루지 이야기는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무거운 내용일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도 낚인 관객이 꽤 있을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는 크리스마스캐럴에 살인얘기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무튼 전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연극이 좋은 것 같습니다. 런닝타임이 짧고 결말이 너무 갑작스럽긴하지만 왠지 실험적인 느낌을 주는 게 혜화동1번지란 극장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구요.



일상적인 연말, 대학동창이 무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져옵니다. 근데 좀 이상합니다.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습니다. 고민하고 걱정하고 숨깁니다. 장례식장에 가지 않습니다. 대책회의를 합니다. 잘 아는 사이는 맞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사이일까요?

알고보니 살해당한 여자는 대학동창인 세 남자의 공동 잠자리 파트너였습니다. 또 그런 목적으로 살해당하던 날에 모두가 함께 만났었구요. 그럼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 살인용의자로 지목받기에 딱 좋은 상황인데다 이런 사실이 집에 알려지면 곤욕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래도 수많은 잠자리를 같이 했던 여자가 죽었는데 슬픔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살인자에게 분노하는게 아니라 그x는 왜 그날 죽어서 곤란하게 만드냐며 이미 죽은 사람에게 분노하기까지 합니다. 현대의 인간관계라는 게 고작 이런걸까요? 자기욕심만 채우는?



현대의 인간관계가 삭막해진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마음으로한 살인'이 아니었을까요? 단지 성적인 욕구로 사랑도 없이 한 여자를 탐닉했던 세 남자. 서로가 한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에도 서로 묵인하며 계속 탐닉했던 세 남자.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목적으로 그 여자를 만나러온 세 남자. 여자는 대학때보다 좀 똑똑해진 듯 했습니다. 마치 대학 때 당한 것을 복수라도 하듯 잘근잘근 남자들을 압박했죠. 그때 모두가 이미 살의를 강하게 느끼고 마음으로 살인했던 것입니다. 이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랐던 것이죠.

막상 실제로 죽고 나니까 남자들은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혹시 내가 죽인건 아닐까? 하며 자신을 의심해보기도 하구요. 경찰조사에서도 왠지 쫄리구요. 성경에 "마음으로도 살인하지 말라" 는 말이 있죠. 그게 떠오르더군요.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쉬웠던 점을 그냥 몇가지 얘기해보고 싶은데요. 전반적으로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얼굴에 자꾸 그림자가 생기더군요.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그리고 혜화동1번지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의자가 너무 불편해요. 공연시간이 짧은데도 힘들더군요. 결말이 너무 확 끝나버린것도 아쉬웠습니다. 원작 소설(이 연극은 김영하의 동명소설이 원작입니다.)에서도 그랬을 것 같지만, 좀 어안이 벙벙하달까요. 음악과 조명이 끝나는 분위기를 내서 그렇지 내용으로만 봐선 전혀 끝난걸 눈치채기 힘들었습니다. 또 형사들의 연기는 맥을 탁 끊어놓더군요.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무리 없이 흘러가고 있는데 좀 과하게 끊어져서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매너에 대해서 얘길 하고 싶습니다. 지난번에 본 "사랑을 주세요" 때도 느꼈던 건데요. 무대에 아는 사람이 나왔다고 객석에서 심하게 반응 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 공연 때는 진지한 장면에서 계속 소리내서 웃어서 얼마나 신경쓰였는지 모릅니다. "사랑을 주세요" 때는 계속 지들끼리 떠들고요. 도대체 다른 관객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역지사지로 생각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는 배우가 몇명있어서 그 심정을 이해는 합니다. 아는 사람 나오면 그냥 막 웃길때가 있죠. 그 웃긴걸 옆사람이랑 공유도 하고 싶죠. 전 그럴때 참다참다 안되면 입막고 몸 수그리고 웃습니다. 제발 매너 좀 지켰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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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2 13:27 2010/01/02 13:27


  1. dentalife
    2010/01/05 09:30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연극 본지 참 오래되었네요
  2. 평범
    2010/01/06 16:38
    인간에 대한 추악한 묘사로 냉소를 팍팍 날리는 김영하 작가 답네요.

    봄에 오빠가 돌아왔다가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basecom
      2010/01/06 22:17
      아, 김영하 작가의 스타일이 그런건가요?
      그러고보니 요샌 실용서적 외에 책을 잘 보지 않네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모과
    2010/02/28 22:47
    대전에도 연극이 자주 공연하고 있는데 제가 아직 도시가 맟설어서 못다니고 있습니다.^^
    • basecom@basecom.kr
      2010/03/08 04:13
      블로그를 방치해뒀더니 댓글이 좀 늦었네요ㅠ
      대전에도 연극 공연 자주 하는군요.
      연극 대중화의 문제점 중 하나가 지방에서 공연을 접하기 힘들다는 점인데.. 좀 사정이 나아진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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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5시처럼 어정쩡한 연극


서울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 선정작. 많은 언론 노출. 오달수 주연.. 꽤나 기대를 하고 봤는데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려는 건지, 웃음을 주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실험적인 작품이냐?? 아뇨. 전 "개그야"(개콘말고)보는 줄 알았습니다. 연극 제목처럼 어정쩡합니다. 강마에 표현을 빌리자면 이건 뭐 참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합니다. 시공간까지 뒤죽박죽 섞어놨습니다. 등장인물과 장면이라도 좀 적었으면 나았겠지만, 그것마저 너무나 많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흡입력이 정말 부족합니다. 부족한 흡입력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쓸데없는 개그를 너무 많이 넣었습니다. 단지 개그를 위한 장면과 개그를 위한 등장인물들이 생겨버렸습니다. 전 씁쓸한 웃음 뿐이 나오질 않더군요. 연극이 개콘도 아니고...

어정쩡한 포지셔닝때문에 주요 스토리는 설명이 부족해서 당위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연극은 소위 3류인생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권투선수, 라운드걸, 흥신소, 노래방도우미, 탈영병, 정신이상자 등등. 하지만 왜 그들이 3류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꿈은 뭔지, 3류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은 치는지, 그걸 못하게 하는 현실은 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냥 3류인생만 보여줄 뿐이에요. 사실 3류인생 소재도 왠만큼 단물 빠진 소재거든요. 적당히 해선 감동 주기 힘든 소잰데, 적당히도 하지 않네요.

그러다가 봉세는 죽어버립니다. 죽은 시간이 월요일 5시래요. 그래서 제목이 월요일 5신가? 어정쩡한 시간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아니, 봉세의 인생과 월요일 5시와의 관계가 대체 뭘까요? 도저히 알수가 없습니다. 알수있는건 죽기직전에 봉세가 인생최고로 행복했다는 거? 그나마도 죽기전에 갑자기 조명을 밝게한거랑 '행복해보여서 죽였다'는 정신이상자의 고백덕분에 알게된거지 그런 장치 없었으면 전혀 알 수 없었을 겁니다. 너무 어이없게 죽어버렸어요.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수가 없는 결말입니다.

비비지 않고 먹는 비빔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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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신기루 만화경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봉세인생, 봉세죽음은 무슨 상관일까요? 특히 마지막에 봉세죽음과 대비되는 변호사부부 이야기는 꽤 비중있어보이지만 도대체 왜 들어와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비지 않고 먹는 비빔밥 같은 느낌이랄까요?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에 섞이지 못해서 붕붕 떠보였습니다. 캐릭터를 재밌게 잘 잡은 배우들도 보였고, 오달수씨도 내공있는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누구에게도 감탄은 할 수 없었습니다.

연출 탓인지, 작품 탓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확실히 실망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공감도, 웃음도, 감동도, 울림도, 고민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극단 '신기루 만화경'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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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00:13 2009/11/27 00:13


  1. 평범
    2009/11/27 09:48
    이야기가 산만하다는 점은 저도 느꼈던 것 같아요
    정신이 없죠 ㅎㅎ

    아 그리고..
    연극 트랙백은 첨 받아봤어요 ㅎㅎ
    연극전문블로거 베이스컴님.. 줄여서... 베컴? ㄷㄷㄷ

    앞으로 자주 놀러올게요~!
    • basecom
      2009/11/27 12:04
      아 ㅎㅎ 연극전문블로거는 아닌데;;
      공연보면 다른 사람들이랑 나눠야 제맛이라 찾아다가 트랙백을 걸곤하죠^^

      저도 자주 놀러갈게요~
  2. 싱클레어
    2009/11/27 12:10
    트랩백으로 넘어왔어요ㅎ
    여긴 어떤 블로그??
    개인홈퓌이신거 같아서^^;;

    글 제목처럼 어정쩡한 연극에 공감해요
    초반 대사처리나 내용 등등...짧은 소견에선 왠지 연출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요..
    • basecom
      2009/11/27 12:22
      네. 여긴 그냥 개인블로그에요 ㅎㅎ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 하는.. 뭐 그런?ㅎㅎ
      저도 딱보면 그냥 연출탓이 하고 싶어지지만,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터라 판단을 잘 못하겠네요. 사실 초연이 아니라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3. 뽀글
    2009/11/27 14:41
    너무 재밋는 표현인데요^^ 월요일 오후 5시같은..^^;; 어쩡쩡함이..
    글이 너무 재밋어 잘보고가요
    • basecom
      2009/11/27 23:26
      연극제목을 활용한 표현이지만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저 시간의 어정쩡함에 대해서 아직 학생인 저는 별 공감을 못하겠지만 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아주 공감을 하시더라구요 ㅎㅎ
  4. 아르테미스
    2009/11/29 20:30
    별루였나봐요~^^;;
    문화적 혜택과는 거리가 멀게 사는지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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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햄릿의 정체는 거대한 양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400년 동안 깠는데도 아직 새로운 껍질이 남아있으니까요. 햄릿은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서 재창조되어 왔습니다. 이번달에도 서울에서만 3개의 햄릿이 공연됐거나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중에 이탈리아산 "햄릿-육신의 고요"를 봤습니다. 다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극 형태였는데요. 난이도 상입니다. 새롭긴한데 어렵더라구요. 그래도 그냥 제맘대로 감상 시작해보겠습니다.

햄릿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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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6인조 펜싱검투사들의 존재입니다. 펜싱풀세트(펜싱가면, 펜싱복, 펜싱칼)를 갖춘 이들은 햄릿을 둘러싼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가면을 벗으면 극중인물이 됩니다. 햄릿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6인조 검투사들이 돌아가며 연기합니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는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햄릿 내면의 갈등이라던지, 심리적 압박감, 햄릿을 둘러싼 환경 같은 것들 말이죠. 검투사들이 햄릿을 향해 칼을 겨누며 몰아붙인다던지, 서로 대결을 하며 펜싱검의 부딫히는 소리를 낸다던지 하는 식으로 표현이 됐습니다. 또, 무대를 전환하고 소품을 가져오기도 했는데요. 무대크루적인 역할같지만 햄릿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아보이더군요.

6인조 검투사들 덕에 햄릿이 더욱 강조됩니다. 물론 햄릿이 주인공인 작품이긴하지만 더더욱 햄릿 중심으로 풀어나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건은 굉장히 스피디하게 전개되는데요. 중간에 암전 없이 막바로 다른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햄릿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야기 따라가기도 벅찰 것 같은 스피드였는데 왜 지루한 감이 있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마치 햄릿 기억 속의 사건을 되짚는 느낌입니다. 어떤 장면에선 한 인물을 2명의 검투사들이 동시에 연기하기도 했는데요. 그 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낸다기보단 그 인물의 이런 면과 저런 면이 햄릿에게 각각 영향을 준 걸 표현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들 못지 않게 스피디한 전개와 독특한 스타일에 큰 공을 세운 것은 바로 무대구조물입니다. 무대 위엔 달랑 이 구조물만 있는데요.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바퀴가 달려서 무대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고, 회전도 가능합니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할 수도 있구요. 이 구조물의 위치와 각도, 날개상태에 따라서 장면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매우 독특하면서 경제적인(?) 무대라고 해야할까요.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얘기해주길, 성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 무대가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운명 결정론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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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책의 존재입니다. 종종 햄릿이 책을 들고 등장하거나 검투사들로부터 책을 건네받는다던지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뭔가 중요한 역할 같긴한데 아리송하더라구요. 대체 뭐지? 이야기책? 운명책? 뭘까 뭘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공연 후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듣고 알 수 있었습니다. 햄릿을 연기했던 배우가 말해주길, 햄릿의 이야기는 결국 햄릿이 풀어나가기 때문에 책을 들고나오는거라고. 마지막에 책을 덮은건 햄릿이 인생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야기책+운명책 아닐까요. 과거는 쓰여져 있겠고, 현재와 미래는 지금 햄릿이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인 책.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손에 달렸다 뭐 그런얘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다보니 6인조 검투사들이 운명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검투사들은 햄릿의 주변인물, 주변상황, 내적자아와 같은 것을 표현하는데요. 결국 햄릿의 성격을 형성하고, 햄릿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들이죠. 이런 것들이 바로 운명이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검투사들은 영향을 미칠 뿐 직접 결정하는 건 책을 들고 있는 햄릿 자신이었습니다. 저는 운명=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운명은 없죠. 다만 변화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뻔한 운명은 있을겁니다. 변하는 게 어렵고, 환경에도 종속돼있지만 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희망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예술가와의 대화에 뿔나다


공연을 다소 아리송하게 봤기때문에 예술가와의 대화가 굉장히 기다려졌습니다.(예술가와의 대화는 공연 후 30분 가량 공연의 연출자, 주요스텝, 배우들에게 관객들이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입니다.) 실제로 책의 의미에 대한 얘기와 무대디자인의 모티브 얘기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근데 어설픈 진행과 이기적인 질문들로 점점 심장박동이 빨라지더군요. 금요일에 본 "세르쥬의 효과" 보다 먼저 포스팅을 하는건 그런 이유가 큽니다.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쓴소리를 좀 날리고 싶어서요.

우선은 사회와 통역에 대한 유감입니다. 이분들은 관객과 예술가 간의 대화를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근데 솔직히 좀 방해물 같았습니다. 관객의 질문을 듣고는 사회자가 왜 답변할 예술가를 지정하는걸까요? 모든 예술가들이 듣도록 통역을 한 후에 가장 좋은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답변을 하면 될겁니다. 지정해버리니까 통역은 또 지정된 사람한테만 속닥거리면서 통역을 하더군요. 오죽했으면 예술가 한분이 "모든 사람이 다 듣도록 통역 좀 해주시겠어요?" 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되니까 지정된 예술가가 다른사람에게 답변을 넘기려할땐 질문의 전달이 따로 필요했기때문에 시간낭비가 심했습니다. 답변하지 않는 예술가도 관객이 무슨 생각을 하나, 뭘 궁금해하나 알 권리가 있기도 하구요. 자체 검열도 하더군요. 어떤 관객이 질문 두가지를 했는데 한가지만 통역해놓고 왜 나머지 한가지를 전달하지 않냐고 하니깐 시간없어서 그랬다고 면피합니다. 그럴거면 미리 얘기하고 한가지만 고르라고 하던가 해야지, 자기맘대로 질문 골라내는 행태가 괘씸하더군요.

그다음으론 질문하는 관객들이 상황판단을 못하거나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이 자리는 방금 공연을 본 일반관객과 예술가 간의 대화를 위한 자립니다. 물론 그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 중 많은 수가 관련업계 종사자들이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건 알지만, 일반관객을 생각했어야합니다. 시간도 제한돼있으니까요.

아니 무슨 예술가한테 대고 "이런 실험극 위주로 극단을 운영하시면 스폰서는 어떻게 받나요?" 같은 질문을 합니까? 그분이 질문을 한참 이해못하다가 "하!" 이러더군요. 그리고 꼭 하나씩 나오는 질문인데 "어떤 연기메소드를 쓰나요?" "연기훈련에는 어떤걸 중점둬서 하나요?" 같은 질문 좀 안했으면 좋겠네요. 도대체 이게 일반관객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인가? 라는 의문을 제처두고라도 몇분만에 설명해낼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저도 전공자는 아니지만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기때문에 좋은 공연을 보고나면 저런게 궁금하긴합니다. 하지만 보통 저런질문엔 뻔한답변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설명하기엔 너무 어렵네요." "모든 것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훈련합니다."

자기과시형 질문도 난감하더군요. "저는 연기교사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공연은 진화된 코러스를 사용하던데요. 이게 이극단의 스타일인지 이공연만의 스타일인지?" 아놔 연기교사인건 왜 얘기하나요. 난 좀 아는 사람이니까 감안해서 답변해달라? 다른 일반관객들은 개무시하는건가요? 질문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예/아니오로 끝날 질문이고, 단지 자기가 이 공연의 검투사들은 진화된 코러스로 규정했다라고 알리고 싶어보이던데요. 예술가의 답변은 이랬어요. "사전지식이 많으신 것 같은데 사실 중요한건 이 공연 자체가 어떻게 표현됐느냐하는겁니다. 공연자체에 집중해서 질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교사분께선 나중엔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한 조언까지 요구하셨습니다. 진짜 욕나오더군요. 이게 예술가들을 예고에 초빙해서 강연하는게 아니거든요. 공연보고 공연에 대해 궁금한점을 일반관객들이 물어보는 자린데, 거기다대고 그딴걸 요구하면 어쩌자는건지. 더 가관은 그렇게 한번 거절된 뒤에 제자라는 고딩이 다시 그 질문을 하더군요. 전부 어이없어서 웃습니다. 더구나 그 고딩은 사회자가 시간없다고 이제 마지막 한사람의 질문만 받겠다고 했을 때 손들었던 많은 사람들 중 선택됐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예술가들이 굉장히 지루하거나 짜증난듯한 표정도 보였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요. 제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라구요. 이분들이 한국 관객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돌아가겠습니까?

그럼 관련업계 종사자들이나 학생들은 질문하지 말라는 얘길까요? 아뇨. 맨처음에 무대디자인 질문한 분은 무대디자인 공부하는 학생처럼 보였습니다. 답변 내용을 노트에 받아적던데요. 그 분처럼 공연자체에 관한 것을 물어보면 일반관객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사회자는 통제하지 말아야할 부분은 통제하고 저런 허접하고 이기적인 질문들은 통제를 안하더군요. 제발, 상황을 제대로 판단했으면 좋겠네요. 메소드질문이나 연기자지망생을 위한 질문이 질문 자체로는 틀린게 아니겠죠. 근데 그런건 연기워크샵이라던가 예고특강이라던가 하는 상황에나 어울리는 질문이라는거죠.


이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Compagnia Laboratorio di Pontedera, Alain Volut에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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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6 20:00 2009/11/16 20:00


  1. Phoebe
    2009/11/17 09:22
    반갑습니다.
    연극 본게 십년도 넘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보고싶네요.
    햄릿 말고...
    기쁜 하루되세요.^^
    • basecom
      2009/11/17 13:20
      저도 반갑습니다^^;
      홍콩 연극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기회되면 보시고 블로그에 글 남겨주세요^^;
  2. 처음처럼a
    2009/11/17 12:37
    연극잘보시나봐여ㅎㅎ
    추운데 감기조심하셔요
  3. 모모군
    2009/11/17 16:06
    공연하시는 분들을 보고 올때마다 느끼는 건데..

    저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또 있을까..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 하고 생각하면서 돌아 오곤 합니다. ㅎㅎ

    여유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 basecom
      2009/11/17 17:54
      여유있게 쭉~ 살고싶은데, 이제 곧 바빠지겠죠 ㅠ 그중에서 여유를 찾는 법을 빨리 터득해야할텐데요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4. gemlove
    2009/11/17 17:03
    와 진짜 자세하게 써주셨네요.. 연극이라곤 몇편 보지 못했는데,,ㅎㅎ 그래도 특이한 스타일의 공연인건 알겠어요
    • basecom
      2009/11/17 17:55
      ㅎㅎ 사실 연극내용보단 불만얘기한 부분이 더 긴 것 같아요-_-;;;;;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은 많이 하는데 쉽지가 않아서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5. 감성PD
    2009/11/17 18:13
    예술가와의 대화시간이 좀 안타깝네요. 햄릿이라는 멋진 작품에 젖어 있던 감동이 너무 무례한 시간으로 인해 아쉬울뿐입니다..
  6. seemefly
    2009/11/17 23:30
    아 정말 예전에 영문과 수업할 때, 다른 모든 텍스트들도 그렇지만, 특히 햄릿을 비롯한 셱스피어는 물같아서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앵글이 완전 달라 진다는 교수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정말 가끔씩은 미스테리 그 자체라는 생각도 들어요. 몇 백년전의 텍스트가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해석된다니!!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그리고 저도 가끔씩 관객과의 대화 등을 '겪곤'하는데...뭐랄까...좀 가슴이 두근두근해요ㅠㅠ 라디오 프로에서 시청자 연결할때 채널을 돌리고 싶은 느낌이랄까 ㅋㅋ
    • basecom
      2009/11/18 00:01
      그 비유가 적절하네요. 물같다.. 진짜 셰익스피어 정말 존경스러워요. 영문판을 읽어보고 싶은데 굉장히 어렵겠죠?ㅠ 고전문학이라..
  7. casblanca
    2009/11/18 07:09
    연극 본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관람평을 잘 써주셨네요. 연극에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으신 것 같네요.
    • basecom
      2009/11/18 07:31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되면 간만에 연극한편 보세요^^;
  8. 뽀글
    2009/11/19 13:50
    와..정말 평을 대단하게 쓰신듯..
    이것도 관심에 일종이셨겠죠^^ 정말 대단하세요.
    • basecom
      2009/11/19 13:53
      아..별로 대단하지 않은데 ㅎㅎ 너무 장황하게 써서 그래보이나봐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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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사이코"는 고대 그리스의 메데아 신화를 모스크바로 가져온 작품입니다. 이 작품과 같이 색다른 시도를 하기에 신화는 참 적합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아주 잘 알려진 이야기를 바닥에 깔고 가기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할 에너지를 다른 쪽에 조금 나눠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화는 물론 진부하지만, 대부분의 요즘 이야기들도 기본적인 틀은 신화를 따를 정도로 인간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양념만 제대로 하면 전혀 지루하지도 않구요.(당장 드라마 "청춘의 덫"만 해도 메데아 신화와 유사점이 많습니다.)

충격적인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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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서울국제공연예술제, School of Modern Drama. all rights reserved


지금까지 봤던 SPAF2009의 작품 중에 최고입니다. 런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이유는 표현방식이 매우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카메라맨의 존재입니다. 무대 위에 두 명의 카메라맨이 들어와있습니다. 공연을 촬영 합니다. 촬영된 영상은 실시간으로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 보여지죠. 배우의 얼굴 또는 신체 부위가 클로즈업 됩니다.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대 사각지대가 스크린에 나타납니다. 객석을 바라보고 있는 배우의 뒷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미러볼이나 그림책 같은 소품을 클로즈업해서 장면의 효과를 증폭시킵니다.

단순히 찍어서 보여주는 수준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장면에 맞게 카메라웤을 합니다. 실시간 촬영된 영상만이 활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가 중간중간 공연과 오버랩되며 나옵니다. 무대 위의 세공간(메데아방, 크라우제방, DJ공간), 그리고 스크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볼지는 관객의 마음입니다. 눈이 호강을 합니다. 뿌듯해요. 어설픈 비유를 하자면, 경비실에 앉아서 CCTV 모니터로 건물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그만큼 작품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영화의 장점을 연극무대로 가져와버린겁니다. 맙소사.

무대를 굉장히 좁게 쓰는 것 같은데도(아니 무대 자체가 별로 크지 않은건가?) 영상 덕인지 굉장히 흡입력이 있더군요. 외국 작품이라서 자막을 봐야하는데, 자막 스크린 바로 옆에 영상 스크린이 있어 작품의 비주얼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막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뭐, 의도치 않은 효과겠지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엄지손가락을 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배우들은 때론 객석을 향해서, 때론 카메라를 향해서 연기를 합니다.(배우들과 카메라맨들이 호흡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했을까요?) 연극적인 연기, 그러니까 다소 과장된 연기(미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더더욱 과장된)를 하면서도 영화적인 연기, 그러니까 디테일한 연기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메데아 역의 배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광기어린 연기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빨리 되감기 효과, 슬로우모션 효과를 비롯한 퍼포먼스적인 동작들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었습니다. 해설자 비슷한 역할을 하는 DJ 또한 볼거리였구요. (이 DJ는 공연 시작 전에 로비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사이코로 만드는 사랑과 성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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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서울국제공연예술제, School of Modern Drama. all rights reserved


다들 잘 아시다시피 메데아는 이아손과 사랑에 빠져서 조국을 배신한 여인입니다. 배신하는 과정에서 남동생까지 죽였습니다.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이아손과 행복하게 잘 사는가 했더니 이아손이 성취욕(돈, 권력)에 눈이 멀어 메데아를 버리게 되자, 복수심에 불타 남편과 아이들까지 모두 죽이는 무서운 여인이죠. 끔찍한 희대의 악녀라는 평을 받지만, 이 이야기가 계속 재생산되는 이유는 메데아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때문일겁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표출되서 그렇지 메데아의 심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비극은 사랑때문에 생겨났습니다. 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때문에요. 참 아이러니하지 않아요? 성취욕 또한 만만치 않은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왜 인간은 현재의 행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돈과 권력은 결국 행복하게 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건데.. 소중한 사람을 버리면서 까지 높아지고 싶고 많이갖고 싶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욕망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도 이런 사랑과 성취욕 앞에선 약한 인간이기때문에 메데아 이야기를 볼 때마다 슬퍼지는 것 같아요..

편하게 공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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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밑바탕이 잘 알려진 신화거든요. 메데아의 행동 동기는 사랑이기때문에 공감하면서 보기에도 어려운 작품이 절대 아닙니다. 표현하는 방식도 재밌고 곳곳에 개그코드도 숨어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지요.

근데 굉장히 어렵고 난해하게 보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SPAF2009에 대해 프리뷰한 어느 신문기사에서도 상급코스에 뒀더라구요.(이거 보고 괜히 쫄아서 봤어요.) 이걸 어렵게 볼라고 하니까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요. 뭐 평론가들이나 예술가들은 무슨형식을 썼고 연기메소드는 어떤 것이고 표현방식은 무슨 스타일이고 하면서 보겠죠. 배우들이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구요. 물론 이런 것들이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공연팀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면서 표현방법을 정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창조했겠죠. 당연히 그래야만 하구요.

하지만 일반 관객들까지 그렇게 볼 필요가 없죠. 그냥 내가 느끼는대로 알아지는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거우면 그만입니다. 후에 다른 사람들과 감상을 나눈다거나 다른 자료를 접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도 있겠지만, 볼때부터 예술적으로 깊숙한걸 이해해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거죠. 그러다보면 다 재미없습니다.

저도 별로 예술가적인 눈은 없어서 깊게 보진 못하지만 그냥 즐겁게 보려고 합니다. 식견이 대단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따라갈라다가 가랑이 찢어질 걸 알기때문에 굳이 노력하진 않습니다. 보다보면 그런 식견이 생길 수도 있을 거란 기대만 조금 갖으면서 편하게 보는거지요~


이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쓰였습니다.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School of Modern Drama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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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4:32 2009/11/11 14:32


  1. gemlove
    2009/11/11 19:25
    무대 위에 카메라맨이 등장하다니 신선하네요 ^^
  2. 못된준코
    2009/11/11 21:14
    엥~~댓글 타고 왔더니만...로그인하게 되있군요~~ㅎㅎ
    아주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 basecom
      2009/11/11 22:00
      음? 제 블로그는 설치형이라서 로그인이 필요없을텐데요^^;
      ㅎㅎ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3. mediasetter
    2009/11/12 00:59
    basecom님 와우, 너무나 멋진 블로그를 가지고 계시군요. 트랙백 감사합니다.
    더불어 모스크바사이코에 대한 좋은 포스트 참 재밌네요, view on 누르고 갑니다~
    자주 제 홈피에도 놀러오세요. ^^ 전 이미 즐겨찾기 했습니다. ㅋㅋ 앙.. 여기 블로그 너무 멋져서 갑자기 설치형 블로그로 바꾸고 싶은데요? ㅋㅋ
    • basecom
      2009/11/12 01:07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스킨 바꾼지 얼마 안되서 뿌듯하네요ㅎ 저도 즐겨찾기 했습니다^^;
      참, 굳이 설치형으로 안오시고 티스토리나 텍스트큐브로만 옮기셔도 예쁜 스킨이 많아요 ㅎㅎ
  4. 아르테미스
    2009/11/12 05:44
    좋은 말씀 해 주시네요~
    전 예술이 어렵더라구요 ;;;

    그냥 보고, 느껴지는대로..그러면 편할것 갔긴 하네요
    분석이런거 한걸 보면 어려워서리 ㅎㄷㄷㄷ;;;
    • basecom
      2009/11/12 11:55
      저도 어려울 때가 많아요 ㅎㅎ 근데 예술을 공부한 똑똑한 사람들만 알아먹을 수 있는 소위 예술적인 작품은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어야죠. 거기다 공부한 사람들까지 감탄시킬 정도의 깊이가 있으면 대박 작품이구요.ㅎ
  5. soul
    2009/11/18 20:56
    저두 이공연 봤는데요~

    사실 보고나서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게봤지만

    내용 이해가 되질 않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님의 블로그에 쓰신 글 보고 완전 정리가 다 됐네요~ㅋㅋ 감사합니다~^^

    종종 놀러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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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만 인정하지 않았던 거장 윤이상


생존 당시 '현존하는 유럽의 5대 작곡가'에 선정된 적이 있으며,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음악당 건물 벽면에 새겨진 '사상 최고의 음악가' 44명(그 중 20세기의 음악가는 4명뿐) 가운데 한사람.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전 솔직히 이 공연을 보기 전에는 '유명한 사람'정도로 밖에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2007년 초연 당시 공연을 보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리고 대한민국의 쓰라린 현대사가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음악에 대한 그 순수한 열정! 어찌나 멋지고 아름답던지요. 연극을 보는내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늦은 나이에 독일유학을 결심하는 모습, 독일에서 새로운 음악을 접하며 흥분하고 들뜨는 모습, 강서고분 사신도를 볼 때 행복해하던 모습, 옥중에서도 미치도록 작곡을 하고 싶어하던 모습.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도 저런 열정이 있을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면들이었죠.

하지만 이 위대한 음악가를 한반도는 품지 못했습니다. 품기엔 한반도의 그릇이 너무도 작았나봅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들었죠. 남한도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속이 쓰리고 아프고 화가 났습니다. 그나마 윤이상 선생님같이 아주 대단한 사람들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져나오기라도 하지요. 미처 꽃피우지 못한채 수없이 사라져갔을 약간 덜 대단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욱 슬퍼집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윤이상


윤이상 선생님은 경계와 장벽을 뛰어넘고자 일생동안 노력하셨습니다. 자유롭게 경계를 넘어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말이죠. 음악에선 성공했습니다. 서양의 현대적 음악기법으로 우리 전통음악의 정서를 표현해냈거든요.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쉽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난 뒤에 윤이상 선생님은 남북의 화합, 통일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념과 체제의 경계를 음악이라는 예술로 뛰어넘고자 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남북의 정치적 이해관계 덕에 숱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지요.

한반도의 쓰라린 현대사는 결국 윤이상 선생님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도록 내버려둡니다. A음을 갈망하지만 결국은 G#음까지밖에 내지 못하는 첼로처럼,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잉어를 부러워하던 모습이 묵직하게 가슴을 찌릅니다. 도대체 이념이, 체제가 뭘까요? 인간보다 위에 있는걸까요?

윤이상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윤이상 선생님이 워낙 굴곡있는 삶을 살아오시긴 했습니다만, 지루해지기 쉬운 소재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위인전 스타일의 극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으로 전달한 배우들과 작가, 연출 이하 모든 스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윤이상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특히 대단했습니다. 윤이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도 극의 중심을 딱 잡아주더군요. 2007년에 관람했을 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당시 공연장이 무척 더웠어요. 조명을 받으며 활동까지 하는 배우는 관객보다 훨씬 더울 수 밖에 없구요. 근데 감옥장면이 너무 추워서 펜도 제대로 집기 힘든 설정이거든요. 거기서 연기를 하는데 와..진짜 그때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분명 땀나고 엄청 더울텐데 진짜 추워보이더라구요.

또한 무대 중앙에 자리 잡은 첼로모양의 세트와 알록달록한 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대가 단순하지만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활용도가 좋았기 때문이겠죠. 막에 영상을 쏴서 음악적 영감을 이미지로 형상화 한다던가, 그림자극을 통한 표현방법이 맘에 들었습니다. 공연 내내 피아노 라이브로 연주되는 실제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들도 공연의 백미입니다.

다만 조명이 좀 어두운 것이 아쉽더군요. 조명감독이 몰라서 그랬을리는 없고, 극장 시설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어서 소극장의 시설이 좀 개선되야할 것 같습니다.

관람 매너의 성숙은 언제쯤?


이번 공연을 볼때도 관객들이 자꾸 소근대고 지들끼리 웃고 난리났더군요. 아주 뒷통수를 팍! 때리고 싶었어요. 극의 흐름에 맞지 않게 웃고 떠들어버리면 극장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관객은 관객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말이죠. 연극은 라이브에요. 영화처럼 미리 다 제작해놓은건 관객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연극은 영향을 받습니다. 연극의 3요소, 4요소에 전부 관객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영화의 대사는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에 좀 떠들어도 잘 들립니다. 하지만 연극은 다릅니다. 배우의 입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관객이 떠드는 소리와 잘 섞여버려요. 스피커를 거쳐서 나오는 소리와 입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는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제발 좀! 지킵시다. 할 얘기 있으면 끝나고 하시죠. 연락올 곳 있으면 아예 극장에 들어오질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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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01:44 2009/11/04 01:44


  1. 아르테미스
    2009/11/04 05:52
    추천 버튼이 에러네요 ㅜㅜ
    종종 이런 문제때문에 쬐금 거시기 하다는 ^^;;

    날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ㅎㅎ
    • basecom
      2009/11/04 13:31
      방문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아르테미스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2. whitewnd
    2009/11/04 06:50
    연극은 아니지만, 저번달에 여행갔을때 동굴을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자꾸 크게 소리지르고 떠들어서 좀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박쥐랑 동굴 생물들 서식처라고 소리 크게 내지 말라고 적혀있는데....
    동굴이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지르고-_-;;

    암튼 좀 그러네요 ㅎㅎ
    • basecom
      2009/11/04 13:33
      사람들이 말을 안들어요 ㅎㅎ 그렇게 하면 왜 안되고 왜 매너가 아니고 이런거 알려줘도 그냥 맘대로;; 이건뭐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ㅋㅋ
  3. 공명이
    2009/11/04 08:48
    마음이 아프네요~~~잘 읽었습니다.
    • basecom
      2009/11/04 13:34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올바로 가슴에 담아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4. 감성PD
    2009/11/04 10:20
    참 안타깝고 씁쓸한 내용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안타까운 천재였던 것 같습니다..
    • basecom
      2009/11/04 13:35
      네.. 지금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완전 영웅 대접 받았을텐데 말이죠.. 박찬호 박세리 저리가라죠
  5. 모모군
    2009/11/06 20:48
    정말 안타까운 분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6. 탐진강
    2009/11/07 11:27
    윤이상 님은 정말 대단한 작곡가이지요.
    관객들도 성숙한 매너가 필요하겠어요
    • basecom
      2009/11/07 16:30
      네, 저같이 무지한 젊은세대에게 좋은 걸 가르쳐주는 연극입니다^^;
      관객매너는 .. 정말 좋아져야해요. 매너에 관한 공지가 여러 방식으로 나가는데도 무시하는게 문제지요. 시키는대로 하면 지는거라고 생각해설까요?;; 참 이상하지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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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엿보기

연극을 할 때 느낄 수 있었던 재미 중 한가지는 '엿보기'였습니다.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거죠. 무대 옆에서 막 사이로 보기 때문에 거의 옆모습 밖에 보이지 않고 그나마도 시야가 좁아서 전체를 보기는 힘듭니다. 대사 또한 약간 멀게 들리죠. 그런데 그렇게 보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합니다. 아마도 엿보는 느낌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쿄노트는 그런 느낌을 관객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극의 배경이 되는 미술관에서는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미술관의 휴게실에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본어라서 느낌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일상어로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배우들은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려 하지 않습니다. 얼굴을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내용도, 행동도 없습니다.  마치 지하철에서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입니다. 지루하지만 따분한 강연을 듣는 것보단 재밌습니다. 전체적으로 묘한 느낌입니다.

뒷자리에 앉았던 터라 자막이 잘 보이지 않았던 점이 아쉽습니다. 어려운 대사가 나오진 않았지만 두 팀의 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던 지라 따라가기가 만만찮더군요. 자막을 보느라 정작 무대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안타깝더군요. '엿보기' 컨셉이라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타조와 허경영, 88만원 세대

극의 배경은 도쿄의 한 미술관입니다. 유럽에서 큰 전쟁이 일어나자 작품의 훼손을 막기 위해 대신 작품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이죠. 전쟁을 피해 피난온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전쟁에 대해 거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잠깐씩 흘러가는 말로 이야기할 뿐입니다. 아무리 큰 전쟁이라도 당면 하지 않은 전쟁은 일상의 고민보다 결코 무겁지 않았습니다. 전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전직 반전운동가가 전쟁으로 인해 피난온 작품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타조는 적이 나타나면 모래 속에 얼굴을 파묻는다죠. 피할 수 없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려버리는 겁니다.(사실 타조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얼굴을 파묻는 거라고 합니다만...)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 말입니다.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현재의 20대들은 취업을 위한 학점과 영어에만 신경쓰기에도 정신이 없습니다. 경험도 취업을 위해 전략적으로 쌓습니다. 촛불집회란 것도 해봤지만 전혀 효력이 없음도 몸소 체험합니다. 여러 가지 중압감에 눌려 바쁘게 살아갑니다. 정신이 워낙 없다보니 반대급부로 여가활동은 생각없이 시간을 죽이는 것을 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지식은 많지만 똑똑하지는 못하고, 영어점수는 높지만 영어는 못하며, 하는 일은 많지만 열정은 없습니다. 누구의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20대들에겐 영어와 학점에 매달리는 것이 그나마 불안을 덜어내는 행동임에 분명합니다. 딴건 모르겠고 그것만 바라보면 될 것 같은... 그것만 생각하고 싶은... 그런거 말이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허경영에 관한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상했 듯 실체는 사기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진지한 지지자가 많다는 겁니다. 순진한 할아버지 할머니 말고 젊은 세대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생겨남을 인터넷 상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잠시 바보 행세를 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론 뛰어난 사람이다, 현재의 대통령보다는 잘할 것 같다는 식입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허황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워낙 현실이 더러우니 사기꾼에게라도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건 아닐까요.

굴곡없이 단편적인 이야기만 오고 가던 극은 끝난 것 같지도 않게 끝이 납니다. 관객들도 한참을 어리둥절해하다가 박수를 쳤습니다. 갑자기 답답해졌습니다. 뭔가 슬프고 씁쓸해졌습니다. 허경영, 88만원세대,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졌지만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연적인 아픔쯤으로 생각하고 참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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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01:20 2009/10/21 01:20


  1. White Rain
    2009/10/21 17:56
    막 사이사이로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지하철에서 마주 앉은, 혹은 주변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는 점...정말 와닿는군요. 그만큼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 하고 말이죠.
    허망한 희망이라도 꾸고 싶은 욕망.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 나쁜 건 애써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싶은 마음, 꾸고 싶은 꿈만 꾸고 싶은 마음...
    아마 그런 것 같아요. 힘들수록 여유가 없어지고, 또한 그럴수록 허망한 꿈이라도 꾸고 작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현대인들 같습니다. 물질의 이기이죠.
    그래서 저는 요즘, 종교적인 것과 관계없이 산사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미래의 언젠가...그곳에서 한줌 햇빛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제 자신을 떠올리기도 하지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늘 행복하세요.
  2. basecom
    2009/10/21 18:34
    White Rain님 //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결국엔 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행복한 길이 아닐까도 생각해보는데, 그걸 버린다는게 정말 어려운거라서 말이에요..
  3. 초록누리
    2009/10/22 00:46
    앗,,포스팅들 보니 다 제가 관심있는 영화 연극이네요.
    반가워요.
    현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려버린다는 것,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한다는 말이 가슴에 닿네요.
    우리 모두의 비겁한 모습이 아닌가 싶어서...
    좋은 글들 잘 읽고 갑니다.
  4. basecom
    2009/10/22 21:39
    초록누리 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 어쩌면 그냥 그게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어요. 설득의 심리학 같은 책에서도 인간의 그런 불완전성이 설득에 이용된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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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신선할 수 없었나?

<돌아오는 길>은 좀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국무총리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주관하는 도박중독예방주간 기념 공연" 이라는 거창하고 딱딱한 타이틀을 달고는 있었지만 연극이 가진 치료의 기능을 선보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어떨까?' 하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임호라는 주연배우와 위성신이라는 연출가는 어느정도 이름값도 있구요.

이야기가 꼭 이렇게 진부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도박'이라는 소재는 이미 <타짜>나 <올인>에서 다루어졌고 이들 드라마와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때문에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도박에 빠져 집안을 풍비박산내고 모든 걸 다 잃고서야 후회한다" 는 이야기는 "도박중독 예방주간 기념 공연"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야기죠.  전개가 훤히 보이는 건 지루함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극적긴장감이 아쉽다

이전에 보아왔던 드라마 탓이었을까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 때문이었을까요. 제가 느끼기에 극적긴장감이 좀 아쉬웠습니다. 도박하는 장면에서 '어쩌지어쩌지 저러면 안되는데..' 하는 팽팽한 진행이라던지 풍비박산이 나버린 가족들의 상황을 눈물이 고일정도로 묘사를 한다던지 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정말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장기를 걸고 돈을 빌리지 않나, 집 날리는건 애교수준이고 회사돈을 횡령하고, 어머니 장례 부의금, 아내 수술비까지 날립니다. 도박 때문에 가족 다 잃어버리고 직장 잃고 집 잃고 인생 날렸는데....... 그 상황을 보면서 그다지 감흥이 없습니다.

상담사 분은 현직 상담사가 나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을 늘어지게 하더군요. 마치 추적60분 같이 인터뷰와 재연을 번갈아하는 프로에서 인터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감동을 줄수도 있고, 중독치유에서 가족의 중요성도 역설할 수 있었는데... 아니 그럴의도로 만들어진 장면 같았는데.. 자신의 슬픈 과거를 남 얘기 하듯 심하게 담담하게 해버리면서 어물쩡 넘어가버리니..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처럼 지루하더군요.

주인공이 장기걸고 땡긴 돈을 다 잃었을 때도 조명이나 음향은 아주 쪼여주던데 배우들의 연기는 좀 벙찌게 만들더군요. 장기매매 당하게 생긴 사람은 아주 젠틀하게 의자만 넘어뜨리고, 도박사기단 여러분은 별로 무섭지도 않더군요.

'도박하지 말아야지, 무섭다' 이런 생각이 들긴하는데 너무 극단적으로 그려버린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이 저렇게까지 하겠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어난 사건만 너무 나열하지 말고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즉 인물 내면의 묘사가 좀 더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내용으로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치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상당히 듭니다만.. 뭐.. 관련기관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공연이니까 어느 정도 가능하겠죠?;;

그래도 100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위에 너무 단점만 열거했네요. 영 못 봐줄만한 극이었단 얘긴 아닙니다;; 공연이 100분이나 했는 지 모를 정도로 어느정도 몰입은 됐습니다. (어쩐지 무릎이 너무 아팠어요.)

임호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지만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 게다가 드라마, 영화를 주로 하는 배우라서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요. 일단 기자회견 때도 느꼈지만 목소리가 끝내주더군요. 오히려 다른 배우들 보다 발성이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연기가 열연이라고 느껴질 정돈 아니지만 무난하게 어우러지더군요. 스타랍시고 연극 주연 떡 맡아놓고 떨어지는 연기력으로 작품 망치는 사람들 보단 확실히 낫습니다.

잔웃음 터지게 하는 위트있는 대사와 행동들도 좋았습니다. 특히 뚱뚱하신 배우분의 캐릭터는 참 맘에 들더군요. 딸 역할 하신 분은 일단 얼굴만으로도 상큼?;;

또 인상 깊게 본 건 미닫이문 같이 생긴 벽(?)이었습니다. 미닫이문이랑 조명으로 여러가지 공간과 느낌을 만들어내던데.. 꽤 괜찮더라구요.

시도가 좋다

어쨌거나 도박중독예방에 대한 홍보나, 치료의 목적으로 연극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엔 분명히 치료의 기능이 있고, 좀 더 거부감 없이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딱딱한 다큐멘터리나 공익광고와 같이 만들어진다면 연극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더 새로운 접근으로 앞으로 좋은 작품들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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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6 00:11 2009/09/16 00:11


  1. 탐진강
    2009/09/19 13:06
    독특한 시도의 연극인가 봅니다.
    저는 도박을 절대 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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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

체홉의 두 단막극을 연달아 봤습니다. 둘 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인데요. 뭔가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가슴에 울림이 남을 정도는 아니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달까요?

<곰>은 사랑의 상처로 인해 마음을 닫고 사는 남녀가 서로의 색다른 모습에 반해 마음을 열고 다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깁니다.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 과부의 모습이 둘의 마음상태와 절묘하게 오버랩되더군요. 적막이 흐르는 공간에 곰 같은 남자가 들어와서 집안을 뒤흔들어놓는 것 또한 서로의 마음이 흔들리는 과정과 오버랩되어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엔 새로운 사랑으로 이전의 상처를 치유하는 아주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극이 마무리 됩니다. 인터미션 시간에 누가 내 가슴도 흔들어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

<청혼>은 이웃집에 한 남자가 청혼을 하러갔다가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고 아주 웬수가 다됐다가 갑자기 급 결혼을 해버리는 내용입니다.

결혼이 결정되면서 모든 갈등이 급정리되는데요. 역시 사랑은 모든걸 덮어버리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참 사람들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집착해서 정작 중요한걸 잊고 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구요. 결혼결정 후에도 계속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잠깐 보여지는데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엔 각자의 주장, 자존심을 완전히 덮어버리진 못하는 모습에 공감을 하게 되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더군요. 극은 짧지만 참 리얼하게 잘 풀어냈다 싶었습니다.

앙상블의 비교체험

비슷한 느낌의 두 단막을 연달아 보다보니 자연히 팀 간의 완성도가 비교되더군요. <곰>의 경우엔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습니다. 극 속으로 쭉 빨려들어가려는데 문턱에 걸려넘어지는 느낌이랄까-_-; 처음에 시작부터 하인역을 맡은 배우 한쪽팔이 자꾸 덜렁덜렁 거려서 신경쓰이더니 발성이 아주 좋은 빚쟁이께선 멋진 소리와 좀 따로노는 연기를 보여주시는 겁니다.

배우 개개인의 역량보다도 장면장면에서 좀 더 살릴 수 있을 거같은데... 하는 아쉬움을 계속 남기더군요. 뭔가 어색하고 연기가 조화가 안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연습량이 부족한건지 분석이 부족한건진 모르겠지만 좀 아쉽더군요.

                  ㄴ <곰>에서 가장 재밌었던 대목은 "이!!!! 곰새키야!!!"

반면 <청혼>은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곰>이랑 비교해서 배우간에 호흡이 굉장히 좋더군요. 톱니바퀴 맞불리듯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극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냥 뭐 흐뭇해지더군요. 아버지 역 하신 배우분은 너무 오버하셔서 흥분하실땐 간질환자가 되버리셨지만 뭐 전혀 무리없었습니다. 딱 두번 나왔지만 잠깐 정지하는 장면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 주더군요. 역시 연극은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앙상블의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걸리적 거리지 않는 대사

개인적으로 연출을 맡은 오세곤 선생님에게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분인지 자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외국 작품을 번역 할 때 최대한 우리말에 가깝게 바꾸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좋더군요.

저 같은 경우 외국 작품을 접하면 우선은 생소한 이름/지명에 머리가 혼란해집니다. 그중에서 러시아는 아주 최악입니다. 그놈이 그놈같고 저놈도 그놈같고.. 아무튼 그 이름 기억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이상한 번역투의 대사를 듣고 있자면 내용파악이 쉽게 안되서 짜증이 많이 납니다. 모름지기 공연이란 팔짱끼고 앉아있어도 쑥 빨려들어갈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듣기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대사를 듣고자 애쓰고 이해하고자 애써야 하는 공연은 아주 별롭니다.

이번 공연은 걸리적 거리는 대사가 없더군요. 내용이 쉽기도 하고 인물도 적게나오기도 했지만요. 대사를 최대한 간결하고 우리말 같이 하려는 연출자와 배우에겐 아낍없이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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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31 02:08 2009/08/3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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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이벤트로 봤습니다 ㅎㅎ


Our Bad Magnet, 또 한 번의 추억여행

요새 본 공연들은 재밌게도 전부 '추억' 이라는 키워드를 지니고 있네요. 확실히 '추억'이란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나봅니다. 연극 "나쁜 자석"(자식아니죠~ 자석맞습니다~)은 네 친구의 추억여행을 통해 제 가슴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고

형편없는 공연을 보고 나서 자주 하는 말이 "이건 뭐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입니다. 전 재미나 감동 중 하나는 주어야 좋은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미와 감동의 정의는 매우 광범위하고 추상적입니다만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주는 공연을 찾기가 생각만큼 쉬운 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재미와 감동을 둘 다 주는 "나쁜 자석"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10~20년의 시간을 넘나들면서 연기하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특히나 9살 연기가 압권입니다. 아이들 행동의 특징을 잘 잡아냈는지 자연스러움을 넘어서 귀엽기까지합니다. 4명의 친구들 각자의 색이 워낙 뚜렷해서 극에 몰입도 잘되구요. 동화를 극중극 형태로 표현한 것도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시종일관 코믹한 분위기 속에 극이 진행되지만 그 쌉싸름한 뒤끝이... 뭐랄까 커피같다고 하면 좋을라나요?

"난 나쁜 자석이야. 이제 다가갈 수 있어"

자석은 다른 물건들을 모이게 하지만 자석끼리는 밀어내려고 해서 서로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답니다. 한 자석이 자석 본연의 임무를 져버리는 '나쁜자석'이 되고자 절벽에서 뛰어내린 이유는 다른 자석을 가까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복화술사인 원석이 아버지는 생방송에서 망신을 당했단 이유로 TV를 부숴버립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에 술과 과거에 빠져삽니다. 당연히 원석이는 관심 밖입니다. 원석이는 자신이 관심을 받으려면 유명해져야한다는 생각을 하게되죠. 그래서 돌출행동들을 하게됩니다. 그나마 관심을 주던 친구들 마저 자신을 밀어내자 급기야는 자살을 하게됩니다. 모든 걸 잃었다는 좌절감이 아니라 내가 자살을 하면 친구들이 날 밀어내지 않고 기억해줄까하는 기대감에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슬픕니다... "난 나쁜 자석이야. 이제 다가갈 수 있어" 라는 말이 귓가를 맴돕니다. 이글을 쓰면서 다시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벌써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원석이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해서일까요?



나만 뒤집으면 되요. 참 쉽죠잉~

아무도 깰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우정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입장이 달라서겠죠. 금이 가다 못해 깨져버리기 직전에 원석이의 동화 '하늘정원'에서 나왔던 꽃비가 내립니다. 아름답고도 슬픕니다. 무대 위의 사람들도 관객석의 사람들도 전부 먹먹함을 느낀 것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정원의 상처 사이로 씨앗 하나가 떨어졌다는 나래이션이 나옵니다. 희망이 있을까요?

자석의 같은 극끼리는 강하게 밀어내지만 다른 극끼리는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다른 극으로 바꾸길 원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겁니다. 나부터 뒤집으면 작은 씨앗이 쑥쑥 자라 희망과 우정의 나무가 되지 않을런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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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8 16:17 2009/07/18 16:17


  1. Aristogatto
    2009/11/11 15:15
    저도 나쁜자석 재밌게 봤습니다. 갑자기 궁금한게 떠오르는데..원작 희곡을 구해서 읽어봤는데, 폐교에서 원석과 민호의 키스신이 없던데, 혹시 basecom님이 보신 날 공연에서는 키스신이 있었나요? 제가 헛것을 본걸까요? =ㅅ= 저를 궁금증의 지옥에서 구해주세요, 제발..
    • basecom
      2009/11/11 15:35
      음........ 기억이.....안나요..... 4달만에 까먹은듯-_-a.. 이거 원작 희곡은 외쿡꺼 아닌가요? 우리나라에 맞게 번안하면서 충분히 내용이 바뀔 수는 있는거같긴한데...;;; 지옥에서 못 구해드려서 죄송 ㅠㅠ
  2. Aristogatto
    2009/11/11 16:14
    어흐흑...제가 그 등장인물들과 사실 같은 또래(이모뻘인가요 -ㅅ-?)라서 번안하면서 만화영화 제목 같은거 바꾼건 거의 공감하고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지만...난데없는 동성애코드는..음흉한 누님의 꿈이었을까요..
  3. Aristogatto
    2009/11/11 18:50
    제 야오이스런 환타지에선 원석이가 민호를 덮쳤습니다 - _- 아악 누가 날좀 구해줘요 제발 ㅠㅠ
    • basecom
      2009/11/11 20:19
      같이 본 사람은 없었다 하네요;; 싸이에 나쁜자석 공연한 극단 클럽이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에 문의해보시면 어떨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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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 옹점이를 찾습니다.

7월 8일! 대학로 나무와 물 극장에서 연극 "관촌수필"을 봤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관촌수필"은 고 이문구 선생님의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교과서에도 실렸고 수능에도 출제빈도가 높다는 건 상식이죠?... 사실... 전 도통 제목 외엔 기억이 나질 않더군요;; 어찌됐건 이 연극은 여러 편의 관촌수필 중에서 3편인 행운유수를 무대에 표현해낸 작품입니다.

작품은 작가이자 주인공인 '민구'가 어린시절 함께 했던 '옹점이'를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옹점이는 민구네 가정부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약골인데다 가문이 몰락하는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민구에겐 놀아주고 챙겨주는 소중한 존재였지요. 소설이지만 제목에 '수필'이 붙은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보통의 소설처럼 기승전결 구조가 뚜렷하지는 않은데요. 사실 이런 형태는 좀 위험합니다. 지루해질 수가 있죠. 이문구 선생님은 맛깔나는 문장으로 재미를 주었다면 명품극단은 맛깔나는 표현으로 재미를 줍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아기자기하고 오색찬란한 추억들

민구와 옹점이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맛깔나고 아기자기하게 펼쳐집니다. 리어카를 난타처럼 두드리고, 촛불에 그림자 놀이를 하고, 숨박꼭질, 기차놀이 하는 등 눈이 즐겁습니다. 동네아이들과 놀 때 색색의 깃발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오색찬란한 추억을 표현하는 것같아서 말이죠. 옹점이와 마님 간의 관계가 다듬이질로 표현된 것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옹점이가 툴툴대고 마님이 혼내고 종국에는 갈등이 풀어지는 모습이 마주앉아 다듬이질을 하는 한 장면으로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에 위기감을 조성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였구요.

공연을 보는 내내 제 어린 시절이 오버랩되더군요. 모든 것이 불완전하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할 수 있었던 시절이죠. 작품의 배경인 우리나라의 광복~625와도 묘하게 어울립니다. 눈앞에 펼쳐진 민구의 추억 보랴, 머릿 속에 펼쳐진 내 추억 보랴.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추억들을 비교하면서 부러웠다가 부럽지롱했다가 혼자 놀고있더군요;;

흔치않은 공연 만들어내는 명품극단

이 극단의 표현력은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차례 공연을 봤지만 늘 세트는 없습니다. 꼭 필요한 대도구 2~3개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기가막히게 그 조금의 대도구들로 극의 배경을 표현해냅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무대 중앙의 리어카 한대가 엄청난 쓰임을 갖습니다. 숨박꼭질할 때 숨는 장소였다가, 놀이기구였다가, 꽃마차가 되고, 빨래터가 되고, 천을 걸면 그림자놀이를 할 수 있게되었죠.

배우들의 몸짓도 볼거리입니다. 이 극단은 말보다 몸짓으로 표현하기를 즐깁니다. "관촌수필"은 다른 레퍼토리보다 말이 많은 편이긴합니다만 그래도 다른 연극에 비해서 몸짓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흔치않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신선하단 표현이 적절할까요. 어쨌거나 볼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극단입니다. 공연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느낌이랄까요.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역할을 없다!

똑같은 공연을 2~3달 전에 국립극장에서 보고 이번엔 대학로에서 다시 보게 됐는데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차를 두고 같은 공연을 보니 재미난 볼거리가 생기더군요. 바로 배우의 힘입니다. 배우 한 분이 바뀌셨는데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배역인데도 영향이 크더라구요. 이번에 바뀐 배우분이 너무나 잘하시는 겁니다. 대비 효과인지도 모르겠지만 완전 극이 살아나더군요. 코러스 격으로 출연할때도 그의 소소한 리액션들 조차 극을 확확 살려놨습니다.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역할을 없다'는 머릿속을 맴돌았죠.

자체 교훈 - 현재에 충실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연 한번, 추억 한번 곱씹어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벌써부터 추억 파먹으면서 과거에 집착할 나이는 아니잖아?"
그리하여~ 몇십년 후에 아련하고도 아름답게 추억할, 파먹고 살면 죽을 떄까지 배부를 나의 옹점이들을 찾아서~~ 역시 현재에 충실해야겠다는 자체 교훈에 이르렀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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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0 16:38 2009/07/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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