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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 곳곳의 거리로 이끌렸다. 방식은 여러가지였다. 문자, 쪽지, 전화, 음성, 연속 사진, 그리고 손 붙잡혀 뛰기까지. 헤드폰에선 음악과 함께 내러티브들이 들려왔다. 이 색다른 이끎과 소리들은 서울의 거리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살짝 비틀어 놓았다. 서울의 거리가 무대로 치환된 것이다. 그 거리에서 나는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관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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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거리를 바라 봤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잠시 멈춰서서, 벽에 기대서, 옥상에 올라가서 봤다.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골목길과 대로변, 시장과 백화점, 다방과 카페. 대비되는 풍경들이 교차했다. 때론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때론 내가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참 묘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세상과 분리된 느낌을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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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도 보인다. 시장 안의 사람들과 백화점 안의 사람들, 장사 안되는 다방 주인과 바쁜 카페 알바생, 무표정한 거리의 어른들과 천진난만한 표정의 어린아이들, 외국인들, 호텔 안의 사람들, ... 재밌다. 그동안 사람을 단지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걸까?

똑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서로 다른 말들을 이곳 저곳에서 던지기도 하는 내러티브들은 내 생각을 자극했다. 잊혀졌던 생각,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따금은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 같기도 했다. 그동안 가까운 것들에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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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전혀 다른 공연이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아직도 잔상이 머릿속을 뱅뱅 맴돈다. 앞으로 또 이런 공연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 루트를 정해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세상을 비틀어 볼 수 있을까?

뱀발: 사진을 많이 찍을걸 그랬다. 왠지 사진 찍기에 신경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역시 사진이 아쉽다. 특히 지령 쪽지와 사진을 반납해야 한다는 걸 알았으면 미리 찍어두는 건데... 트래킹 어플도 켜둘 걸 그랬다. 기록을 많이 남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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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22:09 2012/11/0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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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하면 어렵고 무겁고 길고 지루하다는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만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어파우스트"는 "파우스트"의 초기작으로, 괴테가 일생을 바쳐 노년에 완성한 "파우스트"와 달리 청년시절에 완성된 작품이다. 그래서 "파우스트"보다 덜 어렵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극장을 찾았다. 극은 기대 이상이었다. 속도감과 관객과의 소통, 개그코드가 적절히 맛을 낸 덕에 지루하기는 커녕 극에 빠져들었다.

물론 마냥 쉽고 가볍기만 하진 않았다. 달고 맵고 짜기만 하고 깊은 맛이 없다면 "우어파우스트"와 "파우스트"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대사 하나하나에서 깊은 맛이 우러났다. 고전이 왜 고전인지 그 진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간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20대의 어린 나이에 쓴 괴테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이 작품을 잘 해석하여 보여준 연출과 배우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굉장히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활용도가 높은 무대세트와 인간 내면까지도 표현해버리는 조명, 아름다움과 공포를 모두 표현하던 종이눈, 상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노래과 대사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의 열연(특히 메피스토! 그 발성와 발음, 전달력은 전율이 돋을 정도였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인간은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파우스트 박사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걸 가진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습득했고, 악마와의 계약으로 부와 명예를 모두 지녔다. 하지만 남은건 공허함 뿐이다.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다.
파우스트의 첫 대사가 아주 인상깊다.
"아.. 철학도 신학도 의학도 .. 다 공부했지만 난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그 한계를 초월할 수는 없다. 한계의 극복만을 바라본다면 공허함과 허탈함이 기다릴 뿐이다.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건? 가까이에 있다. 다름아닌 사랑이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 시니컬해진 파우스트도 사랑에 빠지자 기쁘고 생기가 넘쳤다. 물론 사랑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에 항상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래도 모든것을 다 알고자 위만 바라보기보단 주위를 둘러보는게 어떨까?

악마는 어디에나 있고 악은 달콤하다.

메피스토는 세상의 모든 악을 상징하는 초월적 존재다. "우어파우스트"의 특징은 초월적 존재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세상의 비극들이 단지 인간의 한계와 본성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인 것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학생과 그레트헨은 메피스토에 의해 철저히 망가지는 인물들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배우고 싶었던 학생은 넓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유혹에 빠져버리고 만다. 너무나 순진해서 악이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순진해서 '의학'와 '의악'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메피스토의 개가 되고만다. 자신이 개가 되었다는 것은 알까?

독실한 천주교신자 그레트헨도 악마의 유혹에는 별 수 없었다. 악은 출처를 모르는 공짜 귀걸이와 굽높은구두로 그레트헨의 마음에 작은 공간을 만든 후, 점차 그 공간을 늘려갔다. 결국에는 성적욕망에 빠져 파멸하고 만다. 그레트헨은 마지막까지도 "나를 이렇게 만든 모든 것이 너무나 달콤했어" 라고 한다. 수녀복을 입고 나와 그녀를 정죄한 것도 메피스토라는 걸 알까? 신이 내린 새하얀 눈에 붉은 핏빛을 덧씌운게 메피스토라는 걸 알까?

메피스토의 대사 중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
"모두들 날 만날 땐 예를 갖춰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들의 영혼을 쓰레기통에 집어쳐넣어줄테니까!"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인 척 학생을 미혹하는 장면과 그레트헨이 파우스트와 성관계를 갖는 장면에서 파우스트 대신 메피스토가 나온 것은 그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정죄 습성

개인적으로는 그레트헨의 오빠인 발렌틴이 상당히 거슬렸다. 가뜩이나 연기스타일도 내스타일이 아닌데 캐릭터가 참 마음에 안들었다. 발렌틴은 동생을 사랑하고 있다. 그냥 남매간의 사랑이 아닌 근친상간적인 사랑으로 말이다. 그것때문에 더 동생을 정죄한다. 그레트헨의 배를 걷어차서 유산에 한몫했으며, 자살로 그레트헨의 죄책감에 벽돌을 얹었다.
임신한 이웃여자 이야기를 할때부터 참 격렬하게 정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굉장히 깨끗한 것처럼. 마치 결벽증에 걸린 사람처럼 말이다. 전체적인 비주얼이 거지같은건 이런 아이러니를 잘 드러낸다.(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레트헨의 대사를 듣자 마음이 뜨끔했다.
"나도 이전까진 조금이라도 검은 것엔 신나게 검은 칠을 덧칠하곤 했는데..."

그렇다. 발렌틴의 모습이 내모습이고 우리모두의 모습인 것이다.

그래도 인생은 축제다?

극의 시작과 끝에 모든 배우들이 먼 곳을 바라보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점멸하는 장면이 있다. 마치 불꽃놀이를 표현한 것 같았다. 난 이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이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말이다. 작품은 비극이지만, 인생에 대한 시선은 긍정적으로 유지하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보약을 먹은 뒤 먹는 사탕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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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1 17:10 2011/10/01 17:10


  1. 아빠소
    2011/10/03 13:27
    이야~ 이런 수준있는 작품이 연극으로 올라왔군요. 글을 잘쓰셔서 읽기만해도
    흥미진진합니다 ^^
  2. 오늘과다른내일
    2011/10/04 09:42
    우어파우스트도 있네요...아직까지 파우스트를 정복하지 못한 1인입니다. 다시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난해하지만 충분히 가치가있는 최고의 작품이잖아요..좋은글 정말 잘보고 갑니다
    • basecom
      2011/10/08 18:25
      네.. 저도 우어파우스트를 보고나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원래 희곡인 만큼 공연으로 보시는 것도 괜찮지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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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흔한 안내 멘트도 없이 시작된 것 같지도 않게 시작됐다. 그리고 '끝난건가? 박수쳐야 하나?' 하는 의문과 함께 끝났다. 인터미션의 시작과 끝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처럼 극 전체가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무대는 연극 연습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심지어 형광등을 켜고 공연한다.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극 연습실에 고성능 CCTV라도 설치해놓고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이 연극은 극중극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배우가 배우를 연기한다. 배우와 배우가 연기하는 극중 인물을 순간적으로 오가는 대목이 종종 있었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탁탁 잘 표현하는 걸 보고 공연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피자 먹는 중간에 마시는 콜라처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극을 중간중간 절묘하게 풀어주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위대한 사람들의 결점을 보고자 한다는, 극을 여는 대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무언가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거나 예술가에 대해서 나는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똑같은 사람인데? 맞다. 특히나 예술가에 대해선 뭔가 고매하고 우아하고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감수성이 동시에 갖춰졌다고 생각해왔다. 아마도 예술가의 예술품 덕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도 사람이다. 보통 사람보다 사생활이 더 지저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계적 시인이라는 오든이 싱크대에 볼 일을 보고, 남창을 불러 성욕을 해결하는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세계적 음악가인 브리튼은 동성애자 + 소아성애자였다. 자신이 음악을 가르치던 아이들에게 성욕을 품고, 또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저녁 때 먹은 음식물들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오든이 했다는 "예술가들의 실제 삶은 위대하지 않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과 영감은 모두 그들의 작품으로 가고 실제 그들의 삶에는 찌꺼기만이 남는다" 라는 말이 머릿속을 짙게 맴돈다.

위대한 예술가도 두려움을 떼버리지 못했다는 점은 뭔가 신선한 깨달음을 줬다. 극중극에 등장하는 오든과 브리튼은 내림세에 있지만, 이미 예술가로써 정점을 찍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그 작품으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두려워한다. 또한 자서전을 통해 사생활이 공개되면, 작품과의 괴리로 인해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두려워한다. 극중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극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어느 대배우가 말년에 무대 위에서 덜덜 떨었다는 이야기는 '역시 인간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내가 동아리에서 연기를 할때는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일들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렵고 긴장된다기 보다 희열에 가득 찼었다. 그러나 프로배우들에게 연기는 직업이고 인생이다. 예술이 일상이 되어 습관처럼 될 때, 두려움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게 아닐까?


상당히 괜찮은 극이었다. 다만 조금 산만하게 너무 많은 정보가 전달되고 있어 소화하기에 버거운 감이 있었다. 아는 만큼 더 보이고 더 느낄 수 있는건 어느 극이나 마찬가지지만 이 극은 그 정도가 상당히 큰 것 같다. 사전지식 부족으로 극을 100% 즐기지 못한건 조금 아쉽다. 또 극중극을 양념이라고 생각해서 상당부분 그냥 흘려보냈는데, 보다보니 극중극이 핵심이었다. 완전한 오판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것들이 많았는데, 프로그램북이 상당히 충실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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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6 23:17 2011/06/26 23:17


  1. pennpenn
    2011/07/04 16:26
    연극을 직접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나요~
    사는게 무언지~
    월요일 오후를 편안하게 보내세요~
    • basecom
      2011/07/04 22:29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여유를 갖고 연극을 보시는 것도 좋을 것같네요
  2. 안랩인
    2011/07/20 15:28
    편의점에 갔는데 알바하는 친구가 틈틈히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너무 잘치기도 하지만 아르바이트와 병행되는 기타소리를 들으니 묘했지요. 친구와 보러갈 귀한 연극을 찾고 있는데, 잘봤습니다 :)
  3. 바람을가르다
    2011/07/27 16:39
    대학 때 연기를 하셨군요.^^
    그래서인지 보는 시선이나
    글이 남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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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감탄을 하고 왔습니다. 파격적으로 자연스러운 공연스타일도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요새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 공연과 비극적인 공연을 많이 보는 바람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공연으로 훈훈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됐네요.

이게 바로 진짜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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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이래도 되나?' 혹은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세르쥬의 효과"는 현실 같은 연극입니다. 무대는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TV, DVD 플레이어, 오디오, 책, 탁구대 등등. 진짜 과자, 피자, 와인에 진짜 자동차까지 등장합니다. 조명은 형광등입니다. 그러나 과장된 연기, 관객을 의식한 연기는 없습니다. 배우들의 얼굴보다 등판을 훨씬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승전결로 맺어지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냥 일상의 한조각을 보여줄 뿐입니다. 지난번에 본 "도쿄노트"와 비슷한 느낌도 있는데요. "도쿄노트"가 엿듣는 느낌이었다면 "세르쥬의 효과"는 벽에 구멍 뚫어 놓고 엿보는 느낌이랄까요.

세르쥬는 일요일 마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취미입니다. 이름도 거창하죠. "헨델 음악에 맞춘 회전효과" "바그너 음악에 맞춘 빛의 효과" "존 케이지 음악에 맞춘 레이저 효과" "빅 체스넛 음악에 맞춘 폭죽 효과"와 같은 것들입니다. 근데 거창한 이름에 비해 공연은 너무나 허접합니다. RC카에 폭죽을 꽂고 달린다거나 음악에 맞춰서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리는 정도죠. '이게 뭥미?' 하는 어색한 공기가 객석에도, 무대에도 형성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일상적인 어색함, 그 어색함이 주는 간격이 이 공연의 웃음포인트이자 관전포인트입니다. 별 내용 없는 이야기지만 보는 내내 킥킥거릴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폭소도 터지구요. 어쩜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연출자의 연출력과 세르쥬의 연기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세르쥬의 친구들은 한국에 와서 모집한 일반인들이라고 합니다. 언제나 공연하는 도시에 가서 친구들을 모집한다고 하네요. 연습도 거의 안했고 특별한 대사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연극적 연기가 아닌 일상의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겠죠. 세르쥬가 친구들을 어찌나 멋지게 받쳐주던지 전혀 튀지가 않더군요. 세르쥬도 일반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말이죠. 이런 연기가 더 어려운 법인데 대단하더라구요.(저도 세르쥬 친구에 지원해보고 싶었는데 대학원 입시의 압박으로 ㅠㅠ)

소통하고자 하는 세르쥬


사용자 삽입 이미지

(C) 서울국제공연예술제, Vivarium Studio


세르쥬는 어설픕니다. 세르쥬의 공연도 어설픕니다. "세르쥬의 효과" 라는 연극도 왠지 어설픕니다. 그런데 그런 세르쥬를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세르쥬가 어느 이야기 속 멋진 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우리의 모습과 더 닮아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소통하려고 하기 때문 아닐까요?

세르쥬는 매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지만 그다지 활발하거나 대인관계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친구들과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구요. 다만 소통을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합니다. 바로 공연이죠. 공연이 썩 멋지지는 않지만요. 어쨌건 친구들은 세르쥬의 공연을 계기로 모이게 됩니다. 모여서 얘기하고 와인을 마시고 피자를 먹습니다. 어색하지만 즐거워보입니다. 왠지 훈훈합니다.

세르쥬는 관객들과도 소통을 시도합니다. '금강제화' '롯데리아' 'GS홈쇼핑' 같은 한국의 상호를 대사 속에 등장시키고, 간단한 대사는 한국말로 합니다. "빨리요" "배웅해줄게" "뭐 좀 마실래?" "코트 받아줄게" 와 같은 말들입니다. 별거 아닌데 재밌고 기분이 좋습니다. 최대한 관객 눈높이에 맞추는거죠. 현지 일반인 친구 모집도 그런 맥락일 겁니다. 실제로 객석 반응도 좋았구요. 긴 대사는 일반인 출연자가 통역하는 방식을 택해서 자막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다가가고 싶지만 어색해 하고 방법을 모르는 게 현대인의 모습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점점 단절되어가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세련된 방법이 필요한 걸까요? 소통을 위한 노력과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세르쥬처럼 투박하게라도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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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01:45 2009/11/20 01:45


  1. Phoebe
    2009/11/20 11:54
    신선하기도 하고 나름 재미도 있겠네요.^^
    • basecom
      2009/11/20 13:49
      네^^ 해외초청공연들이 좋은건 다들 한가닥하는 공연들이기때문이에요 ㅎㅎ 자막 보는 불편함이 있긴하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초청까지된거니까^^
  2. 모모군
    2009/11/20 13:40
    독특한 연극이겠습니다. 저도 세르쥬의 친구로 초대 받고 싶어졌습니다. ㅎㅎ
    • basecom
      2009/11/20 13:51
      제가 얼마나 세르쥬의 친구로 초청받고 싶었는지 ㅠㅠ 무대에서 피자랑 와인을 진짜로 먹는데.. 샘나더라구요 ㅎㅎ
  3. 드자이너김군
    2009/11/20 18:04
    오~ 뭔가 심오하게 재밋을것 같은.. ㅋ
    정말 리얼리티군요..+_+
    • basecom
      2009/11/20 18:08
      심오할 것 같은데 보면 하나도 안 심오해요 ㅎㅎ
      그냥 좀 어이없어서 킥킥대게 되는데
      보고나면 어? 하는 뭐 그런...^^;
  4. gemlove
    2009/11/20 21:19
    신기하네요 ㅎ 연극이라는 느낌이 안들꺼같아요 ㅎ 마치 일상생활을 제3자가 관찰하는 느낌? ㅋ 근데 소통을 시도한다고도 하니 ㅎㅎ
    • basecom
      2009/11/20 23:12
      네 맞아요. 일상생활을 제3자가 관찰하는 느낌이죠 ㅎㅎ 어차피 연극이나 모든 공연예술이 관객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하는 게 목적인데, 그럴려면 공감할 수 있게 해야하거든요.
      직접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거나 하는 부분은 없지만 공감대형성이라든가 하는 부분에서 소통한다고 생각했어요^^
  5. 김뽀
    2009/11/21 13:41
    색다른 공연인것 같아요^^
    저도 훈훈함을 함께 느끼고싶어요~~
    • basecom
      2009/11/21 17:12
      ㅎㅎ 세르쥬는 이미 프랑스로 돌아갔을 것 같고.. 다른 훈훈한 공연을 추천해드려야겠네요. 마침 연말이라 훈훈한 공연시즌이긴합니다 ㅋㅋ
  6. 탐진강
    2009/11/22 17:59
    좀 독특하고 재밌는 연극인 듯 합니다.
    연극을 좀 봐야 하는데 요즘은 못보고 있어요ㅠㅠ
    • basecom
      2009/11/22 18:30
      네 ㅎㅎ 해외초청작들은 기회가 있으면 꼭 보세요. 언제 다시 우리나라로 공연올지 모르니까^^
  7. 감성PD
    2009/11/23 15:06
    특이한 연극인 것 같군요...
    어색해하지만 꾸준한 소통을 하려는 모습이 좋아보여요.
    • basecom
      2009/11/23 15:57
      네 ㅎㅎ 연극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필요한 자세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니까 참 좋았어요^^
  8. 분홍별장미
    2009/11/24 16:39
    은은한 즐거움이 있을것 같네요.
    또다른 나를 볼수있는 계기도
    될것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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