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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어클락을 통해 늘 보고 싶었던 연극 "블랙코메디"를 단돈 9900원에 봤습니다. 공연은 기대했던 대로 였습니다. 배꼽빠지게 웃겼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뭔가를 고민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전 이런 류의 연극이 좋습니다. 인간을 너무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의미 없는 웃음보다야 의미 있는 웃음이 좋습니다. 또, 웃음이 없는 극은 공연을 많이 보지 않았거나 생각을 깊게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고역이죠. 웃음이 있는 극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훤히 바라보다

블랙코메디는 정전이 된 집안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이야기합니다. 근데 리얼하게 진짜 불꺼놓고 하면 하나도 안보이겠죠? 그래서 반대로 설정을 하더군요. 정전된 상황에서 무대는 실제로 매우 밝습니다. 촛불이라도 켜면 무대는 조금 어두워집니다. 전등을 켜면 무대는 암전됩니다. 설정 자체부터 역설이고 코미딥니다. 대비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정전 상황에서 무대는 진짜 매우 밝았습니다. 이런 설정 덕에 관객들은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매우 소상히 볼 수 있었지요.

이쯤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을 훤히 밝혀놓고 정전 상황의 연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죠. 게다가 몸으로 웃기는 장면들이 있어서 움직임도 잘 맞춰야하구요. 대본 상의 설정이 워낙 웃기긴 하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죽도 밥도 안되는 작품이라고 봤는데 멋지게 살렸더군요. 각자의 캐릭터 설정도 워낙에 좋았습니다. 다들 개성이 강해서 주인공인 브린즈리의 캐릭터가 좀 약하게 느껴졌던게 좀 아쉽긴 합니다.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어둠을 좋아한다.

주인공 브린즈리는 처음엔 어둠이 불편하여 전기수리공도 부르고 양초와 성냥을 찾으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빛을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숨길 것이 많았거든요. 이웃집에서 가구들도 훔쳐왔고, 양다리도 걸쳤거든요.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어둠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런 모습이 참 우습더군요. 물론 그덕에 많이 웃었지만요.

인간은 선입견, 편견, 겉모습에 사로잡혀있다.

브린즈리와 약혼녀 캐롤, 예비 장인인 대령님, 이웃집 사람들 모두는 백만장자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전기수리공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그 전기수리공을 백만장자로 오해합니다. 어두웠기 때문이겠죠, 외국인 노동자인 수리공은 말이 서툴더군요. 막 혀 딻은 소리를 내구요. 예술작품을 잘 모르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람이 백만장자이기 때문에 모든 말에 동의를 하고 아부를 떱니다. 심지가 강해보이고 브린즈리를 맘에 안들어하는 대령님도 백만장자(라고 생각하는 이) 앞에서는 작아지더군요. 게이 이웃은 안전모를 보고 탐난다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전기수리공임이 밝혀지자 사람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변합니다. 마치 사기를 당한 듯이 전기수리공에게 마구 따져댑니다.

도대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내면을 볼 수는 있는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아무리 강한 사람도 결국 사람의 겉모습과 자신의 선입견,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뒷통수 - 너도 똑같은 사람이야!

전기수리공 등장 해프닝은 정말 웃겼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혀딻은 소리를 내는 띨띨하게 생긴 사람을 백만장자로 오해할 수 있지? 하는 생각에 엄청 웃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겁니다.

마지막에 진짜 백만장자가 등장합니다. 그 사람의 말투는 전기수리공과 판박이였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전기수리공이라고 또 다시 오해했고, 전기수리공은 자신을 놀린 다고 생각했습니다. 객석은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구요.

저도 막 웃다가 "어?" 했습니다. 혀딻은 소리 낸다고 해서 백만장자이지 말란 법 없잖아요. 혀딻다고 해서 예술 작품 모르라는 법 없잖아요. 띨띨하게 생겼다고 해서 무식하란 법 없잖아요. 근데 이미 전 그 선입견에 빠져있더라구요. 그래서 더 웃겼을테구요. "봐봐 너도 똑같지?" 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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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01:06 2010/10/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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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만 인정하지 않았던 거장 윤이상


생존 당시 '현존하는 유럽의 5대 작곡가'에 선정된 적이 있으며,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음악당 건물 벽면에 새겨진 '사상 최고의 음악가' 44명(그 중 20세기의 음악가는 4명뿐) 가운데 한사람.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전 솔직히 이 공연을 보기 전에는 '유명한 사람'정도로 밖에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2007년 초연 당시 공연을 보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리고 대한민국의 쓰라린 현대사가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음악에 대한 그 순수한 열정! 어찌나 멋지고 아름답던지요. 연극을 보는내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늦은 나이에 독일유학을 결심하는 모습, 독일에서 새로운 음악을 접하며 흥분하고 들뜨는 모습, 강서고분 사신도를 볼 때 행복해하던 모습, 옥중에서도 미치도록 작곡을 하고 싶어하던 모습.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도 저런 열정이 있을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면들이었죠.

하지만 이 위대한 음악가를 한반도는 품지 못했습니다. 품기엔 한반도의 그릇이 너무도 작았나봅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들었죠. 남한도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속이 쓰리고 아프고 화가 났습니다. 그나마 윤이상 선생님같이 아주 대단한 사람들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져나오기라도 하지요. 미처 꽃피우지 못한채 수없이 사라져갔을 약간 덜 대단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욱 슬퍼집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윤이상


윤이상 선생님은 경계와 장벽을 뛰어넘고자 일생동안 노력하셨습니다. 자유롭게 경계를 넘어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말이죠. 음악에선 성공했습니다. 서양의 현대적 음악기법으로 우리 전통음악의 정서를 표현해냈거든요.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쉽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난 뒤에 윤이상 선생님은 남북의 화합, 통일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념과 체제의 경계를 음악이라는 예술로 뛰어넘고자 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남북의 정치적 이해관계 덕에 숱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지요.

한반도의 쓰라린 현대사는 결국 윤이상 선생님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도록 내버려둡니다. A음을 갈망하지만 결국은 G#음까지밖에 내지 못하는 첼로처럼,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잉어를 부러워하던 모습이 묵직하게 가슴을 찌릅니다. 도대체 이념이, 체제가 뭘까요? 인간보다 위에 있는걸까요?

윤이상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윤이상 선생님이 워낙 굴곡있는 삶을 살아오시긴 했습니다만, 지루해지기 쉬운 소재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위인전 스타일의 극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으로 전달한 배우들과 작가, 연출 이하 모든 스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윤이상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특히 대단했습니다. 윤이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도 극의 중심을 딱 잡아주더군요. 2007년에 관람했을 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당시 공연장이 무척 더웠어요. 조명을 받으며 활동까지 하는 배우는 관객보다 훨씬 더울 수 밖에 없구요. 근데 감옥장면이 너무 추워서 펜도 제대로 집기 힘든 설정이거든요. 거기서 연기를 하는데 와..진짜 그때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분명 땀나고 엄청 더울텐데 진짜 추워보이더라구요.

또한 무대 중앙에 자리 잡은 첼로모양의 세트와 알록달록한 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대가 단순하지만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활용도가 좋았기 때문이겠죠. 막에 영상을 쏴서 음악적 영감을 이미지로 형상화 한다던가, 그림자극을 통한 표현방법이 맘에 들었습니다. 공연 내내 피아노 라이브로 연주되는 실제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들도 공연의 백미입니다.

다만 조명이 좀 어두운 것이 아쉽더군요. 조명감독이 몰라서 그랬을리는 없고, 극장 시설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어서 소극장의 시설이 좀 개선되야할 것 같습니다.

관람 매너의 성숙은 언제쯤?


이번 공연을 볼때도 관객들이 자꾸 소근대고 지들끼리 웃고 난리났더군요. 아주 뒷통수를 팍! 때리고 싶었어요. 극의 흐름에 맞지 않게 웃고 떠들어버리면 극장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관객은 관객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말이죠. 연극은 라이브에요. 영화처럼 미리 다 제작해놓은건 관객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연극은 영향을 받습니다. 연극의 3요소, 4요소에 전부 관객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영화의 대사는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에 좀 떠들어도 잘 들립니다. 하지만 연극은 다릅니다. 배우의 입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관객이 떠드는 소리와 잘 섞여버려요. 스피커를 거쳐서 나오는 소리와 입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는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제발 좀! 지킵시다. 할 얘기 있으면 끝나고 하시죠. 연락올 곳 있으면 아예 극장에 들어오질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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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01:44 2009/11/04 01:44


  1. 아르테미스
    2009/11/04 05:52
    추천 버튼이 에러네요 ㅜㅜ
    종종 이런 문제때문에 쬐금 거시기 하다는 ^^;;

    날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ㅎㅎ
    • basecom
      2009/11/04 13:31
      방문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아르테미스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2. whitewnd
    2009/11/04 06:50
    연극은 아니지만, 저번달에 여행갔을때 동굴을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자꾸 크게 소리지르고 떠들어서 좀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박쥐랑 동굴 생물들 서식처라고 소리 크게 내지 말라고 적혀있는데....
    동굴이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지르고-_-;;

    암튼 좀 그러네요 ㅎㅎ
    • basecom
      2009/11/04 13:33
      사람들이 말을 안들어요 ㅎㅎ 그렇게 하면 왜 안되고 왜 매너가 아니고 이런거 알려줘도 그냥 맘대로;; 이건뭐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ㅋㅋ
  3. 공명이
    2009/11/04 08:48
    마음이 아프네요~~~잘 읽었습니다.
    • basecom
      2009/11/04 13:34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올바로 가슴에 담아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4. 감성PD
    2009/11/04 10:20
    참 안타깝고 씁쓸한 내용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안타까운 천재였던 것 같습니다..
    • basecom
      2009/11/04 13:35
      네.. 지금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완전 영웅 대접 받았을텐데 말이죠.. 박찬호 박세리 저리가라죠
  5. 모모군
    2009/11/06 20:48
    정말 안타까운 분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6. 탐진강
    2009/11/07 11:27
    윤이상 님은 정말 대단한 작곡가이지요.
    관객들도 성숙한 매너가 필요하겠어요
    • basecom
      2009/11/07 16:30
      네, 저같이 무지한 젊은세대에게 좋은 걸 가르쳐주는 연극입니다^^;
      관객매너는 .. 정말 좋아져야해요. 매너에 관한 공지가 여러 방식으로 나가는데도 무시하는게 문제지요. 시키는대로 하면 지는거라고 생각해설까요?;; 참 이상하지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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