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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만 인정하지 않았던 거장 윤이상


생존 당시 '현존하는 유럽의 5대 작곡가'에 선정된 적이 있으며, 뉴욕 브루클린음악원 음악당 건물 벽면에 새겨진 '사상 최고의 음악가' 44명(그 중 20세기의 음악가는 4명뿐) 가운데 한사람.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전 솔직히 이 공연을 보기 전에는 '유명한 사람'정도로 밖에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2007년 초연 당시 공연을 보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윤이상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리고 대한민국의 쓰라린 현대사가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음악에 대한 그 순수한 열정! 어찌나 멋지고 아름답던지요. 연극을 보는내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늦은 나이에 독일유학을 결심하는 모습, 독일에서 새로운 음악을 접하며 흥분하고 들뜨는 모습, 강서고분 사신도를 볼 때 행복해하던 모습, 옥중에서도 미치도록 작곡을 하고 싶어하던 모습.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도 저런 열정이 있을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면들이었죠.

하지만 이 위대한 음악가를 한반도는 품지 못했습니다. 품기엔 한반도의 그릇이 너무도 작았나봅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들었죠. 남한도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속이 쓰리고 아프고 화가 났습니다. 그나마 윤이상 선생님같이 아주 대단한 사람들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져나오기라도 하지요. 미처 꽃피우지 못한채 수없이 사라져갔을 약간 덜 대단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욱 슬퍼집니다.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윤이상


윤이상 선생님은 경계와 장벽을 뛰어넘고자 일생동안 노력하셨습니다. 자유롭게 경계를 넘어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말이죠. 음악에선 성공했습니다. 서양의 현대적 음악기법으로 우리 전통음악의 정서를 표현해냈거든요.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쉽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난 뒤에 윤이상 선생님은 남북의 화합, 통일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념과 체제의 경계를 음악이라는 예술로 뛰어넘고자 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남북의 정치적 이해관계 덕에 숱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지요.

한반도의 쓰라린 현대사는 결국 윤이상 선생님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도록 내버려둡니다. A음을 갈망하지만 결국은 G#음까지밖에 내지 못하는 첼로처럼,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잉어를 부러워하던 모습이 묵직하게 가슴을 찌릅니다. 도대체 이념이, 체제가 뭘까요? 인간보다 위에 있는걸까요?

윤이상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윤이상 선생님이 워낙 굴곡있는 삶을 살아오시긴 했습니다만, 지루해지기 쉬운 소재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위인전 스타일의 극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으로 전달한 배우들과 작가, 연출 이하 모든 스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윤이상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특히 대단했습니다. 윤이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도 극의 중심을 딱 잡아주더군요. 2007년에 관람했을 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당시 공연장이 무척 더웠어요. 조명을 받으며 활동까지 하는 배우는 관객보다 훨씬 더울 수 밖에 없구요. 근데 감옥장면이 너무 추워서 펜도 제대로 집기 힘든 설정이거든요. 거기서 연기를 하는데 와..진짜 그때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분명 땀나고 엄청 더울텐데 진짜 추워보이더라구요.

또한 무대 중앙에 자리 잡은 첼로모양의 세트와 알록달록한 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대가 단순하지만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활용도가 좋았기 때문이겠죠. 막에 영상을 쏴서 음악적 영감을 이미지로 형상화 한다던가, 그림자극을 통한 표현방법이 맘에 들었습니다. 공연 내내 피아노 라이브로 연주되는 실제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들도 공연의 백미입니다.

다만 조명이 좀 어두운 것이 아쉽더군요. 조명감독이 몰라서 그랬을리는 없고, 극장 시설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어서 소극장의 시설이 좀 개선되야할 것 같습니다.

관람 매너의 성숙은 언제쯤?


이번 공연을 볼때도 관객들이 자꾸 소근대고 지들끼리 웃고 난리났더군요. 아주 뒷통수를 팍! 때리고 싶었어요. 극의 흐름에 맞지 않게 웃고 떠들어버리면 극장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관객은 관객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말이죠. 연극은 라이브에요. 영화처럼 미리 다 제작해놓은건 관객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연극은 영향을 받습니다. 연극의 3요소, 4요소에 전부 관객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영화의 대사는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에 좀 떠들어도 잘 들립니다. 하지만 연극은 다릅니다. 배우의 입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관객이 떠드는 소리와 잘 섞여버려요. 스피커를 거쳐서 나오는 소리와 입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는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제발 좀! 지킵시다. 할 얘기 있으면 끝나고 하시죠. 연락올 곳 있으면 아예 극장에 들어오질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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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01:44 2009/11/04 01:44


  1. 아르테미스
    2009/11/04 05:52
    추천 버튼이 에러네요 ㅜㅜ
    종종 이런 문제때문에 쬐금 거시기 하다는 ^^;;

    날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ㅎㅎ
    • basecom
      2009/11/04 13:31
      방문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아르테미스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2. whitewnd
    2009/11/04 06:50
    연극은 아니지만, 저번달에 여행갔을때 동굴을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자꾸 크게 소리지르고 떠들어서 좀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박쥐랑 동굴 생물들 서식처라고 소리 크게 내지 말라고 적혀있는데....
    동굴이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지르고-_-;;

    암튼 좀 그러네요 ㅎㅎ
    • basecom
      2009/11/04 13:33
      사람들이 말을 안들어요 ㅎㅎ 그렇게 하면 왜 안되고 왜 매너가 아니고 이런거 알려줘도 그냥 맘대로;; 이건뭐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ㅋㅋ
  3. 공명이
    2009/11/04 08:48
    마음이 아프네요~~~잘 읽었습니다.
    • basecom
      2009/11/04 13:34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올바로 가슴에 담아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4. 감성PD
    2009/11/04 10:20
    참 안타깝고 씁쓸한 내용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안타까운 천재였던 것 같습니다..
    • basecom
      2009/11/04 13:35
      네.. 지금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완전 영웅 대접 받았을텐데 말이죠.. 박찬호 박세리 저리가라죠
  5. 모모군
    2009/11/06 20:48
    정말 안타까운 분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6. 탐진강
    2009/11/07 11:27
    윤이상 님은 정말 대단한 작곡가이지요.
    관객들도 성숙한 매너가 필요하겠어요
    • basecom
      2009/11/07 16:30
      네, 저같이 무지한 젊은세대에게 좋은 걸 가르쳐주는 연극입니다^^;
      관객매너는 .. 정말 좋아져야해요. 매너에 관한 공지가 여러 방식으로 나가는데도 무시하는게 문제지요. 시키는대로 하면 지는거라고 생각해설까요?;; 참 이상하지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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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베케트와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소극장 티켓박스가 공연시작 30분 전부터 북적댔습니다. 좋은 좌석이 탐나 일찌감치 발걸음을 옮겼건만 보조석에 앉게됐습니다. 그나마도 조금만 더 늦었으면 등받이 없는 보조석에 앉을 뻔 했죠.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연극, 그것도 부조리극, 코미디도 아니고, 멜로도 아니고, 대학로가 아닌 신촌에서 올려지는 평일 공연인데도인산인해를 이루다니 말입니다.

물론 "고도를 기다리며"는 굉장히 유명한 작품입니다. 대표적인 부조리극으로 꼽히는데다 사무엘 베케트는 이 작품으로 노벨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고도를 기다리며"로 꼽히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작품성으로 유명한 연극들은 보통 관객들이 은근히 두려워하게 마련인데요. "고도를 기다리며"는 관객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는 모양인가보다 하면서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우린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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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산울림 all rights reserved


극중 인물들은 우스꽝스럽습니다. 쓸데 없는 말과 행동을 반복합니다. 그나마도 진득히 하지 못하고 삼천포로 빠지기 일수입니다.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합니다. 바로 직전에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집착합니다. 나름대로 진지하며 고민도 하고 사색도 하는 것 같지만, 어째 다 헛소리로 들립니다. 마치 럭키가 생각한다고 하며 내뱉던 그저 어려운 단어만 나열해 놓은 대사처럼 말이죠.

고고와 디디는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를 때마다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 그렇지~" 라는 대사를 기계적으로 내뱉으며 안도할 뿐입니다. '고도를 기다린다'는 건 고고와 디디의 인생목표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들은 고도를 왜 기다리는지, 고도를 만나면 뭘 할건지 조차 모릅니다. 심지어는 고도가 누군지도 모르죠.

근데.. 이게 바로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왜 사는지 모른채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요? 대부분 이루고자 하는 일생의 목표는 있을겁니다. 하지만 왜 이루어야 하는건지, 이루고 나면 뭘 할건지 모른채로 생각없이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요? 그냥 '난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살고 있어!' 라는 안도감을 위한 목표는 아니었을까요?

우린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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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산울림. all rights reserved


고고는 어제 맞지 않아 버려놓았던 신발을 오늘은 꼭 맞는다고 맘에 들어합니다. 하루만에 장님이 되어 돌아온 포조는 오래전에 장님이 됐다고 말합니다. 대체 왜 이런 바보같은 착각을 하는걸까요? 인간이란게 이렇게 멍청한걸까요?

하지만! 이것 또한 디디의 시각이거나 혹은 관객의 시각입니다. 신발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신발을 벗어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죠. 시간이 단지 하루만 지난게 아닐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어제 만났던 포조와 오늘 만난 포조가 다른 사람일수도 있고, 어제 만났던 포조도 사실 장님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뭐가 진짤까요? 누가 착각을 하는걸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전부 사실일까요? 아마도 아닐겁니다. 누구나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하니까요. 근데 진짜 사실을 알수는 있는걸까요?

알아채면 뭐가 달라지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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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산울림. all rights reserved


고도를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일순간 디디는 뭔가 잘못됐다는걸 깨닫습니다. 우리 모두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걸 깨닫죠.

하지만 디디는 계속 고도를 기다립니다. 작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본질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고도가 아니면 왜 살아야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일까요? 알아도 벗어날 수 없다? 몰랐으면 행복하기라도 했을텐데.. '모르는게 약이다' 란 말은 이럴 때 쓰는걸까요? 불현듯 영화 "매트릭스"가 떠오릅니다.

인생은 허무하다?


인생의 허무함을 이야기 하려는 것일까요? 사는 것에 대해서 좀 더 넓고 높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게 보면 의미 없는 일에 매달려서 아둥바둥 살지 않으려면 말이죠. 인생은 짧은 거니까요.

참 어려운 작품이지만 여러번 음미할 수록 깊은 맛이 날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네 사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니까 말이죠. 이래서 관객들을 끄는 힘이 생기나 봅니다. 기회가 되면 또 보고 싶네요.


위 포스트에 쓰인 이미지는 모두 인용의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이미지들에 대한 권리는 극단 산울림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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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Commons License
2009/10/31 00:34 2009/10/31 00:34


  1. 아르테미스
    2009/10/31 05:50
    연극을 많이 보러 다니시나봐요~?
    부럽습니다.
    전 촌에 살아서 문화적 혜택을 못보고? 산다는 ㅎㅎ
  2. larara33
    2009/10/31 10:10
    잘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하는 '고도'도 보고 싶네요. ^^
  3. 탐진강
    2009/10/31 10:58
    연극에서 참으로 오래 인기를 끌고있는 작품 같습니다.
    연극도 즐기는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 basecom
      2009/10/31 11:42
      네~ 연극을 즐기는 문화가 더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영화나 TV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거든요^^
  4. 저공비행사
    2009/10/31 12:16
    트랙백 타고 달려왔습니다. 여기는 대구인데, 공연이 순회하는지 궁금하네요
    부럽습니다. 읽고난뒤 연극으로 보고싶었거든요 ^-^
    • basecom
      2009/10/31 12:52
      전용 극장이 있는지라 보통은 전용 극장에서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의정부에서 공연을 한적이 있긴하네요. 이렇게 좋은 작품은 전국순회공연 다녀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parama
    2009/10/31 12:54
    연극에 대한 글이 많네요. 사실 저는 연극을 한번도 보러가본적이 없어서 무조건 부럽기만 합니다 ㅋㅋ
  6. 윤서아빠세상보기
    2009/10/31 13:43
    어린 시절 TV를 통해 몇 번 본적은 있어도
    실재 연극으로는 못 봤네요
    또 기회가 생기겠지요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basecom
      2009/10/31 19:43
      연극은 TV로 보는 거랑 실제로 보는거랑 천지차이에요. 연극의 생명은 현장감이에요.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거에요^^; 꼭 직접 보실 기회가 생기길 바랄게요!
  7. 박드번
    2009/11/02 01:05
    저도 이 연극 보고싶었는데 의정부 예술의 전당인가 거기서 하지 않았나요? 멀어서 못봤었습니다. 아쉬웠어요!
    • basecom
      2009/11/02 01:09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도 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신촌에 있는 산울림 소극장에서 봤어요^^; 보니깐 매년 레파토리로 신촌에서 하는 것 같은데 기회되면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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