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희생이란 참 고귀한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누군가가 사는 것이니까. 하지만 희생이 과연 권장할만한 것일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너에게 소중한 사람 혹은 국가에게 소중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것일까? 연극 "(아)폴로니아"는 희생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우리에게 툭툭 던져준다. 이 극에선 인간을 위한 동물들의 강제적 희생까지 얘기하지만 개인적으로 거기까지 가는건 좀 오버같고, 전쟁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전쟁에서 죽임당한 사람도 사람을 죽인 사람도(사람을 죽이지 않을 권리를 뺏겼다는 그 대사가 참 와닿았다) 또 살아남은 사람들 그 후손들까지도 모두가 상처를 안고 가는 것이다. 결국 전쟁은 많은 희생자를 낳는다. 대체 전쟁은 누굴 위한 것일까? 국가라는게 사실 모두의 이익을 위한 울타리인데 소수만 이익을 갖고 다수는 희생만 강요받는 게 현실아닌가? 희생이란게 정말 숭고한 것임은 확실한데 높은사람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의 포장지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야 이전처럼 목숨의 희생을 대놓고 강요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은근히 그런것들에 조종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이 극은 고대 신화들과 여러 문학작품들, 그리고 2차세계대전의 상처를 파노라마와 같이 엮어서 희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의 모티브와 소재가 상당히 다양하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는 있었지만, 사전 지식이 있었다면 더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책 좀 읽을걸) 고대 신화들은 이렇게 대놓고 차용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극의 기본 플롯으로 많이 사용되기에 섭렵해볼 가치가 있는것같다.

이야기의 모티브와 소재 뿐 아니라 표현 방식 또한 상당히 다양했다. 3D/4D 영화와 비교할 수 있을까? 기존의 연극보다 더 많은 자극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무대 안의 또다른 무대 같은 철골 구조물과 두개의 바퀴 달린 박스형 세트는 여러 장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무대 위에 카메라맨이 과감하게 들어와 관객들이 보기 힘든 다양한 각도의 영상을 스크린에 보여주는 것 또한 굉장히 신선했다.(2009년 스파프의 "모스크바, 싸이코"에서 한번 봤기에 깜짝 놀라진 않았지만 보기힘든 표현법이라 여전히 신선했다.) 연극의 매력은 아날로그라 생각하지만 디지털 요소가 들어오는건 나쁘지 않다. 어차피 연극의 특성상 디지로그가 될지언정 디지털은 될 수 없을테니까.

해외초청공연은 쉽게 접할 수 없고 특정 단체의 특정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일생에 단한번뿐 일 수 있다는 생각에 축제철이 되면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볼때마다 100%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문화의 차이와 언어가 가장 큰 문제같다. 특히 자막을 봐야극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때문에 배우들에 완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게 아쉽다. 특히 이번 공연은 설상가상으로 자막이 잘 보이지 않아 관람에 애를 먹었다. 자막기가 너무 흐려서 자막에만 온정신을 쏟아야 흐름을 놓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좀 멀리 있는 자막기는 그나마 선명했는데 세트에 가려서 반만 보였다. 무대에 사각지대도 은근 많고.. 5만원짜리 S석인데 A석보다 관람이 힘들어버리니 속상했다. 그래도 좋은 공연을 만나 좋았고, 이런 점때문에 해외공연을 포기할 수가 없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2/10/23 03:57 2012/10/23 03:57


  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12/11/07 15:34
    안녕하세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입니다. 2012 스파프를 관람해주시고 이렇게 애정어린 리뷰까지 작성해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다름이아니라 스파프에서 진행하는 <스파프 매니아 지존을 찾습니다> 이벤트 일환으로 basecom님의 리뷰를 스파프 홈페이지 관람후기 게시판에 스크랩하고자 합니다. 추후 이벤트 당첨자에게는 내년도 매니아패키지(해외초청작 전 작품) 혹은 개폐막작을 추첨해서 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원하지 않으시면 따로 spaf@spaf.or.kr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bitly.com/SSFXkF 위 주소에서 내용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basecom
      2012/11/07 22:12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이벤트에 응모하려고 했는데요. 직접 해주시다니^^
  2. instacart promo code august 2017
    2017/08/20 08:18
    It's appropriate time to make a few plans for the long run and it's time to be happy.
    I have read this post and if I could I want to counsel you few interesting issues
    or suggestions. Perhaps you can write subsequent articles regarding this article.

    I desire to learn more issues about it!
  3. instacart promo code
    2017/08/20 11:19
    Remarkable things here. I am very glad to see your post.

    Thank you a lot and I'm looking forward to touch you. Will you please drop me a e-mail?
  4. publix.com/delivery
    2017/09/28 09:58
    Hello! I simply would like to offer you a huge thumbs up for your
    great information you have got right here on this post.
    I will be coming back to your blog for more soon.
  5. publix online
    2017/09/30 12:47
    Hi there, just wanted to mention, I liked this article.
    It was helpful. Keep on posting!
  6. instacart
    2017/10/02 22:08
    Quality posts is the main to attract the viewers to go to see
    the web site, that's what this web site is providing.
  7. tender dating site
    2017/10/09 20:22
    Valuable info. Fortunate me I found your site accidentally,
    and I'm shocked why this coincidence did not happened earlier!
    I bookmarked it.
  8. tinder
    2017/10/12 00:55
    Hello, I enjoy reading through your post. I like to write
    a little comment to support you.
  9. tinder
    2018/04/23 17:45
    Incredible points. Great arguments. Keep up the great work.
Leave a Commen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상 엿보기

연극을 할 때 느낄 수 있었던 재미 중 한가지는 '엿보기'였습니다.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거죠. 무대 옆에서 막 사이로 보기 때문에 거의 옆모습 밖에 보이지 않고 그나마도 시야가 좁아서 전체를 보기는 힘듭니다. 대사 또한 약간 멀게 들리죠. 그런데 그렇게 보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합니다. 아마도 엿보는 느낌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쿄노트는 그런 느낌을 관객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극의 배경이 되는 미술관에서는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미술관의 휴게실에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본어라서 느낌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일상어로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배우들은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려 하지 않습니다. 얼굴을 보이려 하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내용도, 행동도 없습니다.  마치 지하철에서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입니다. 지루하지만 따분한 강연을 듣는 것보단 재밌습니다. 전체적으로 묘한 느낌입니다.

뒷자리에 앉았던 터라 자막이 잘 보이지 않았던 점이 아쉽습니다. 어려운 대사가 나오진 않았지만 두 팀의 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던 지라 따라가기가 만만찮더군요. 자막을 보느라 정작 무대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안타깝더군요. '엿보기' 컨셉이라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타조와 허경영, 88만원 세대

극의 배경은 도쿄의 한 미술관입니다. 유럽에서 큰 전쟁이 일어나자 작품의 훼손을 막기 위해 대신 작품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이죠. 전쟁을 피해 피난온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전쟁에 대해 거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잠깐씩 흘러가는 말로 이야기할 뿐입니다. 아무리 큰 전쟁이라도 당면 하지 않은 전쟁은 일상의 고민보다 결코 무겁지 않았습니다. 전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전직 반전운동가가 전쟁으로 인해 피난온 작품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타조는 적이 나타나면 모래 속에 얼굴을 파묻는다죠. 피할 수 없는 현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려버리는 겁니다.(사실 타조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얼굴을 파묻는 거라고 합니다만...)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 말입니다.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현재의 20대들은 취업을 위한 학점과 영어에만 신경쓰기에도 정신이 없습니다. 경험도 취업을 위해 전략적으로 쌓습니다. 촛불집회란 것도 해봤지만 전혀 효력이 없음도 몸소 체험합니다. 여러 가지 중압감에 눌려 바쁘게 살아갑니다. 정신이 워낙 없다보니 반대급부로 여가활동은 생각없이 시간을 죽이는 것을 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지식은 많지만 똑똑하지는 못하고, 영어점수는 높지만 영어는 못하며, 하는 일은 많지만 열정은 없습니다. 누구의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20대들에겐 영어와 학점에 매달리는 것이 그나마 불안을 덜어내는 행동임에 분명합니다. 딴건 모르겠고 그것만 바라보면 될 것 같은... 그것만 생각하고 싶은... 그런거 말이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허경영에 관한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상했 듯 실체는 사기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진지한 지지자가 많다는 겁니다. 순진한 할아버지 할머니 말고 젊은 세대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생겨남을 인터넷 상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잠시 바보 행세를 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론 뛰어난 사람이다, 현재의 대통령보다는 잘할 것 같다는 식입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허황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워낙 현실이 더러우니 사기꾼에게라도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건 아닐까요.

굴곡없이 단편적인 이야기만 오고 가던 극은 끝난 것 같지도 않게 끝이 납니다. 관객들도 한참을 어리둥절해하다가 박수를 쳤습니다. 갑자기 답답해졌습니다. 뭔가 슬프고 씁쓸해졌습니다. 허경영, 88만원세대,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졌지만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연적인 아픔쯤으로 생각하고 참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9/10/21 01:20 2009/10/21 01:20


  1. White Rain
    2009/10/21 17:56
    막 사이사이로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지하철에서 마주 앉은, 혹은 주변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는 점...정말 와닿는군요. 그만큼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 하고 말이죠.
    허망한 희망이라도 꾸고 싶은 욕망.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 나쁜 건 애써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싶은 마음, 꾸고 싶은 꿈만 꾸고 싶은 마음...
    아마 그런 것 같아요. 힘들수록 여유가 없어지고, 또한 그럴수록 허망한 꿈이라도 꾸고 작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현대인들 같습니다. 물질의 이기이죠.
    그래서 저는 요즘, 종교적인 것과 관계없이 산사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미래의 언젠가...그곳에서 한줌 햇빛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제 자신을 떠올리기도 하지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늘 행복하세요.
  2. basecom
    2009/10/21 18:34
    White Rain님 //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결국엔 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행복한 길이 아닐까도 생각해보는데, 그걸 버린다는게 정말 어려운거라서 말이에요..
  3. 초록누리
    2009/10/22 00:46
    앗,,포스팅들 보니 다 제가 관심있는 영화 연극이네요.
    반가워요.
    현실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려버린다는 것,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한다는 말이 가슴에 닿네요.
    우리 모두의 비겁한 모습이 아닌가 싶어서...
    좋은 글들 잘 읽고 갑니다.
  4. basecom
    2009/10/22 21:39
    초록누리 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 어쩌면 그냥 그게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어요. 설득의 심리학 같은 책에서도 인간의 그런 불완전성이 설득에 이용된다고 하니까요~
  5. publix online ordering and delivery
    2017/09/28 06:31
    Hello would you mind sharing which blog platform
    you're working with? I'm looking to start my own blog in the near
    future but I'm having a hard time choosing between BlogEngine/Wordpress/B2evolution and
    Drupal. The reason I ask is because your design and style seems different then most
    blogs and I'm looking for something completely unique.
    P.S My apologies for getting off-topic but I had to ask!
  6. publix delivery groceries
    2017/09/28 10:51
    Superb, what a weblog it is! This webpage presents useful data to
    us, keep it up.
  7. publix home delivery service
    2017/09/30 10:00
    Wonderful blog! Do you have any hints for aspiring writers?

    I'm planning to start my own blog soon but I'm a little lost on everything.
    Would you recommend starting with a free platform like Wordpress or
    go for a paid option? There are so many options out
    there that I'm totally confused .. Any tips? Thanks!
  8. publix delivery
    2017/09/30 15:20
    I am sure this article has touched all the internet
    people, its really really fastidious piece of writing on building up new blog.
  9. publix delivery
    2017/09/30 23:06
    Your method of telling the whole thing in this post is actually pleasant, all can simply
    be aware of it, Thanks a lot.
  10. instacart publix
    2017/10/01 02:24
    With havin so much content and articles do you ever run into
    any problems of plagorism or copyright infringement?
    My website has a lot of exclusive content I've either created myself or outsourced but it
    appears a lot of it is popping it up all over the internet without my authorization.
    Do you know any techniques to help protect against content from being ripped off?
    I'd genuinely appreciate it.
  11. tender
    2017/10/09 12:57
    Can I simply say what a comfort to find a person that genuinely knows what
    they're discussing on the web. You certainly
    know how to bring an issue to light and make it important.

    A lot more people have to check this out and understand this side
    of the story. It's surprising you're not more popular since you most certainly have the gift.
  12. tender
    2017/10/10 09:06
    First off I would like to say superb blog! I had a quick question in which
    I'd like to ask if you do not mind. I was curious to know how you center yourself and clear your thoughts prior
    to writing. I have had trouble clearing my thoughts in getting my ideas out.

    I do enjoy writing but it just seems like the first 10 to 15 minutes are wasted just trying to figure out how to begin. Any suggestions or
    tips? Thank you!
  13. tinder
    2017/10/13 21:35
    Today, I went to the beach with my children. I found a sea shell and gave it to
    my 4 year old daughter and said "You can hear the ocean if you put this to your ear." She
    put the shell to her ear and screamed. There was a hermit
    crab inside and it pinched her ear. She never wants to go
    back! LoL I know this is entirely off topic but I had to tell someone!
Leave a Comment